퇴직은 안녕해야 한다
1. 왜 IRP인가
나는 오랫동안 IRP 가입을 미뤘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 때문에
돈이 묶인다는 게 답답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깨달았다.
성장 자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현금흐름이라는 또 다른 축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올해 가장 집중적으로 공부한 것이
바로 연금저축이었다.
연금을 잘 운용하려면
주식 종목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다.
2. 복잡한 연금, 나만의 기준
IRP, ISA, 연금저축.
종류는 많고 설명은 복잡하고,
던져지는 정보는 끝없이 분절적이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중요한 건
각 계좌의 역할을 분명히 나누는 기준이었다.
나의 결론은 단순했다.
연금은 **3총사(IRP + ISA + 연금저축)**로 가져가고,
국민연금은 노후의 노후,
즉 예측 불가한 70대 이후의 나를 위한
보조역할로 해석했다.
3. 세제혜택
IRP의 장점은 분명하다.
세액공제라는 확실한 보상.
같은 종목을 같은 금액으로 투자해도
세제혜택을 포함하면
수익률 차이는 5~9% 까지 벌어진다.
스무 살의 내가 이 구조를 알았다면
지금의 노후 지도는
전혀 다른 형태였을 것이다.
하지만 IRP에는 동시에
과도한 ‘안전장치’가 있다.
S&P500이 고위험이라니.
예금성 상품만을 진짜 안전으로 간주하는
90년대식 분류 체계는
시대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4. 401k의 압도적 성장률
미국의 401k는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주지 않는다.
대신 강제로 주식형 자산에 장기 투자하도록 설계한다.
그 결과,
성실히 30년 일한 사람은
노후에 ‘돈 걱정이 필요 없는’
성장률을 경험한다.
이건 미국이 친절해서가 아니다.
시간을 자산으로 본다는 철학이
제도에 정확히 박혀 있기 때문이다.
노후 빈곤율이 높은 한국은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더 들고,
대기업에서 30년을 일해도
약 50%는 노후 빈곤층으로 추락한다는
통계도 있다.
무언가 대단히 잘못된 구조다.
5. 국민연금
한국의 국민연금은 늘
‘기금 고갈’이라는 공포 서사로 소비된다.
인구는 줄고, 노인은 늘고,
어느 세대는 못 받을 거라는 뉴스들.
정치인들은 개혁을 외치지만
정작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은 없다.
그렇다면,
정말 문제는 기금 고갈일까?
나는 오히려
운용 방식과 수익률을 높이는 고민이
더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이 줄어드는 것보다
수익률이 멈춰 있는 구조가 더 무섭다.
연금 제도의 시간 감각이
아직도 1990년대에 멈춰 있기 때문이다.
6. 퇴직 프로젝트
일의 방식도 변하고,
커리어도 바뀌고,
기대수명도 완전히 달라졌는데
연금 제도만 옛 설계도를 붙잡고 있다.
결국,
노후를 설계하는 주체는 제도가 아니라 나다.
성장 자산, 현금흐름,
그리고 지속 가능한 시간의 투자.
내가 공부하고, 이해하고, 설계한 만큼만
퇴직 프로젝트는 단단해진다.
퇴직은 무너져서는 안 된다.
퇴직은 안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