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부제 : 8월의 크리스마스
1. 8월의 크리스마스
여름휴가가 끝날 무렵이면
나에게는 남들보다 먼저 캐럴이 들린다.
프로모션 디자인 하는 업무
8월 기획 9월 샘플 10월 발주 11월 세팅.
연말은 늘 이랬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 루틴에 균열이 생겼다.
오프라인 매장이 줄어들면서
크리스마스 연출도 함께 축소되었다.
리테일 전성기의 인력 구조는
이제 현실과 맞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2. 예고된 변화, 준비된 사람
인테리어 전공으로 입사한 신입이
UX/UI 팀으로 바로 가는 시대다.
모두가 변화를 느끼고 걱정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내 일’이 되었을 때
미리 준비되어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중 한 명이 내 동료였다.
30대 팀장.
빠른 승진으로 질투와 견제도 한 몸에 받았던 친구.
그러다 어느 날
아무도 이유를 모르는 ‘팀원 강등’을 받았다.
10년 넘게 팀장을 했던 사람이
갑자기 후배에게 업무 지시를 받는다.
다들 그가 사표를 낼 줄 알았다.
3. 그의 선택
그는 예상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사표가 아니라 ‘대학원’을 선택했다.
“팀장 할 때는 공부할 시간이 없었어요.
이제는 다시 배우고 싶더라고요.”
실무감각도 여전히 살아 있었고
팀장을 하지 않으니 유연한 시간이 생겼다.
좌절하는 대신
그 시간을 자기 성장의 ‘기회’로 삼았다.
그리고 6년 후,
그는 진짜 사표를 냈다.
대학의 교수로 이직하면서.
그날 그의 얼굴은
오랜 시간 본 표정 중 가장 맑았다.
4. 아무도 나에게 관심 없다
티타임에서 그가 말했다.
“처음엔 조금 속상했는데…
누가 저한테 그렇게 관심 있어요?
공부할 시간이 생겨서 정말 좋았어요.”
그렇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 없다.
그러니 상처받고 방황할 시간에
나를 업데이트하는 것이 승자다.
그의 이직은 많은 사람에게
강한 자극을 남겼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다.
5. 독립선언
정년까지 버티는 것이
정답처럼 여겨지는 회사였다.
나도 우두커니 정년만을 기다려야 할까?
30년 동안 남이 시키는 일을 했으니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5년이라는 시간을
오직 나를 위해 쓰고 싶었다.
연말이라
다들 26년 KPI로 분주하지만
나는 관심이 없다.
회사 KPI보다
내 개인 프로젝트
<퇴직을 준비 중입니다>
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회사에서의 입지를 걱정하며 신세한탄 하는
사람들을
조용히 피해 다녔다.
그 시간에 나는
내 인생의 다음 라운드를 세팅했다.
6. 이제 회사는 옵션
이제 회사는
필수가 아니라 옵션이다.
10년간 노력한
경제적 자유와 시간의 주도권으로
이루어 낸 성과다.
KPI , OUTST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