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타는 기술
1. 패러다임의 전환기
변화는 예고 없이 밀려오는 파도 같다.
멈춰 서면 휩쓸리고, 중심을 잡으면 떠오른다.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만약 내가 18세기에 마부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자동차를 만든 인간들을 저주하며 ‘결사반대, 생존권 보장’이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를 뛰어다녔을까?
혹은 전화 교환원이었다면?
타이피스트였다면?
아마 조용히 운전면허를 따면서, 생존의 길을 찾느라 몸부림쳤을 것이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패러다임의 전환 앞에서
나는 자신을 희생자로 여기기보다, 새로운 시대를 탐험하는 탐험가로 정의했을 것이다.
2. 문이 닫힌다
요즘 회사에서 가장 조용한 부서는 인테리어 팀이다.
코로나 이후, 매장을 오픈하는 일보다 닫는 일이 더 많아졌다. 공간을 만들던 사람들이 이제는 철수 비용을 계산한다.
팝업 공간이 늘어나면서 인테리어보다는 VMD 업무가 중심이 되었다.
백화점, 면세점, 로드샵은 2026년이면 대부분 철수 예정이다. 그 대신 올리브영, 다이소 같은 채널의 VMD 업무는 늘고 있다.
하지만 인테리어에서 VMD로 전환한 사람은 10%도 안 된다.
회사는 온라인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지만
인력 구성은 여전히 2010년대, 오프라인 전성기의 모델에 머물러 있다.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3. 경력의 전환
1차 희망퇴직 대상은 매장 판매직과 뷰티 카운슬러다.
반발이 크다.
누군가는 “퇴직신청률을 높이라”는 미션을 받고,
누군가는 불안과 분노 속에서 하루를 버틴다.
하지만 버틴다고, 회사를 원망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그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내 살길을 찾기 위해.
사실 코로나 때부터 준비했어야 했다.
디자이너들은 “아직 내 일이 아니야”라며 눈을 돌린다.
앞으로 3~5년 내 이 사무실에 몇 % 나 남아 있을까?
‘그때 가서 생각하자’는 게 일반적인 태도다.
익숙한 패턴을 바꾸는 결심도 계획도 쉽지 않다.
하지만 ‘살던 대로 살겠다’는 의식이 가장 큰 리스크다.
4. 탐험가의 시대
현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던 뷰티 카운슬러는
본사의 교육을 받고, 제품 정보와 판매 타깃을 매장 직원들에게 전파하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매장이 사라지고 교육도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그들의 역할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 기획을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투자를 받고, 온라인과 해외 채널에 도전하면 어떨까?
실제로 매장 관리자 출신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향수 브랜드를 론칭한 사례가 있다.
누군가는 “쓸모없는 경력”이라며 한탄할 때,
누군가는 그 경험을 자본과 사업으로 전환한다.
희생자는 과거를 붙잡고 이유를 찾지만,
탐험가는 미래를 향해 방법을 찾는다.
같은 파도를 보고도 서로 다른 항로를 그린다.
10년 전부터 ‘AI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말은 수없이 들렸다. 지금은 그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현실이다.
자신을 희생자나 낙오자로 두지 말자.
세상의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파도 위에 서보자.
우리는 여전히 탐험가가 될 수 있다.
변화의 시대, 파도를 타는 기술이 결국 우리의 직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