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183. N 형 퇴준생의 하루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가지 않아도 된다… 살 것 같다.

by Mira


N 형 퇴준생의 하루


퇴근이 아니라 퇴직을 준비하는 사람,

‘퇴준생’인 나는 휴일이나 연차를 쓰는 날,

퇴직 후의 하루를 시뮬레이션해 본다.


MBTI로는 N형,

‘직관형’이다.

눈앞의 현실보다 아직 오지 않은 가능성을 떠올리며

생각의 세포가 퍼져 나가는 타입.


커피를 내리는 몇 분 동안

나는 지구 한 바퀴를 돌고

200년 전 산업혁명의 거리도 구경한다.

10년 후의 미래를 상상한다.


S형이라면

“오늘 뭘 해야 하지?”라고 묻겠지만,

N형은

“이 모든 게 어디로 가는 걸까?”

그 방향이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종종

뜬구름 잡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그 구름 위에 세운 상상이

내 삶을 이끌어왔다.


퇴직 준비를 하면서

나는 재정 구조를 세팅하는 데 거의 10년을 썼다.

그러다 보니

‘무한대의 시간’이 반갑기보다 두려웠다.

아무것도 못하면 어쩌지?

회사생활의 9–6이라는 루틴이 사라지면

나는 나의 시간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

그것도 연습이 필요했다.


미라클 모닝은 애초에 나와 맞지 않는다.

그런 건 꿈도 꾸지 않는다.

나는 경제적 자유로 얻은 시간의 자유를

최대한 럭셔리하게 쓰고 싶다.


자는 시간, 먹는 시간, 글 쓰는 시간 —

그날의 바이오리듬에 따라 마음대로.

그렇게 해도 성과가 있는,

실용적인 하루를 꿈꾼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삶.

그 단순한 자유에서 비로소 숨을 쉴 것 같다.


S형은 현실에 뿌리내리고,

N형은 가능성에 가지를 뻗는다.

둘 다 살아가는 방식.

직장 생활하면서

S들에 둘러싸여 있었기에

느꼈던 답답함, 갑갑함에서 이제 해방이다!

너희들로 나로부터 해방이다!


럭셔리 라이프


내가 버텨온 건 현실의 조건이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상상,

그리고 엉덩이가 짓눌리도록 의자에 앉아서 실행했던 ‘자유에 대한 설계‘


현금흐름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주식을 공부하고,

계좌별 장단점을 이해하며

나에게 맞는 투자 패턴을 찾는 데 10년이 걸렸다.


이제는 알람 없이 느긋하게 일어나

의식의 흐름대로 그날 쓰고 싶은 원고의 주제를 떠올린다.

동시에 계좌별 리밸런싱도 한다.

뉴스도 읽는다.


오늘은 은행에서 만들었던 IRP 계좌를

증권사로 실물이전하는 세팅을 마쳤다.

그러다 신용점수가 알람으로 뜨길래

그걸 보고 원고 주제를 ‘대출’로 삼아 신나게 썼다.


점심은 배달 대신

에그프라이, 바게트, 커피 한 잔.

소박한 식단이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사치다.

회사에서 정해준 시간이 아니라

내 배꼽시계의 공지에 따라먹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종말 정말 좋다.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에 20분 산책이

유일한 자유였다.

하지만 1~2분이라도 늦게 사무실에 돌아가면

천하의 대역죄인 취급을 해서 늘 조급했다.


오늘은 내 마음이 원하는 만큼

햇빛 속에서 천천히 걷는다.



퇴직은 회사와 나의 계약 종료일뿐,

낙오도, 패배도 아니다.


나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채워가는 하루.

퇴준생의 꿀 같은 휴일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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