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W195. 무한시간을 위한 문학(2부)

셀프 프로젝트

by Mira


사랑하는 작가들


나를 사로잡았던 작가들의 책을 다시 사서 읽고, 에세이로 정리한다.


2년 전, 책꽂이를 거의 ‘제로’로 비웠다.

이제 다시 그들을 만날 시간이다.


앤드류 포터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내면과 건조한 일상을

촘촘한 문장으로 엮어내는 그의 문장.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른다.


그의 책 네 권을 주문했다.


〈어떤 날〉

〈사라진 것들〉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빛과 물질에 대한 이론〉(영문 빈티지 버전)


그가 묘사하는 상실과 오해, 포기와 안타까움 —

그 감정들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질감에 매료되었다.


그런 감정의 결은 하루키의 에세이에서도 보인다.

특히 믿기 어려울 만큼 시끄럽고 좁고 추운 아파트에서 살던 시절,

작가 지망생이자 재즈 카페 사장이었던 30대를 회고하는 글들.

읽을수록 맛이 있다.


나는 그의 소설적 상상 세계에는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 비슷한 캐릭터, 비슷한 갈등, 그리고 종종 맹탕처럼 끝나는 결말.

어쩌면 그는 30대의 정신적 풍경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숙한 사랑,

서툰 관계,

마음을 몽글하게 만드는 미도리 같은 여자들,

친구라고 해도 내면의 교류 없이 오가는 친구들.

그런 세계는 〈댄스, 댄스, 댄스〉와 〈상실의 시대〉에서 이미 완결되었다.

적어도 내게는.


쟝 폴 뒤부아


관광객과 이민자들로 붐비는 마레 거리를 걸으며,

나는 폴을 생각했다.


잘 지내고 있을까?

딸의 우울증은 좀 나아졌을까?

지금 프랑스 대통령은 누구지?


봉 마르셰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면서도

그가 계속 그를 닮은 남자들을 보았다.

코너를 돌면 그를 맞닥뜨릴 것만 같았다.


쟝 폴 뒤부아의 〈프랑스적인 삶〉.

나는 그 남자의 일생에서 무엇에 공감했던 걸까?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의 갑갑함.

모래알을 씹는 것 같은 일상의 질감.

그런 감정을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 소설의 제목을 〈한국적인 삶〉으로 바꾸면 어떨까.

주인공의 이름은 김 아무개.


60년대 청춘을 보낸,

사회주의적 감각이 남아 있는 남자가

자본주의적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아내와의 갈등.

성과 없는 일에 지치고,

딸과의 관계는 악화일로.

그의 개인사 뒤로는 대통령의 이름이 배경처럼 바뀌어간다.


그것은 폴의 인생이자,

또 한 명의 김 아무개 씨 인생이다.


어쩌면 나의 이야기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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