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193. 퇴직하면 정체성이 흔들릴까?

다시, 나에게로

by Mira


퇴직하면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도,

퇴직을 하면 소속감이나 정체성의 상실로 멘탈이 흔들린다고 한다.

나도 한때 걱정했다.


그런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투자에 몰입하는 시간이

오히려 나를 나답게 만든다.


회사가 강요하는

의무와 규칙,

그 갑갑한 문화에서 자유로워지니

비로소 숨이 트인다.


책 읽자


내가 좋아하는 작가 앤드류 포터의 책을 네 권 샀다.

시간이 많으니 한 달에 한 권씩 읽으면 된다.

그의 문장은 늘 답답하고 서글프다.

상실과 전복의 경험을 지나온 사람들이 그렇듯,

회복하는 듯하다가 주저앉고,

포기하고, 망가진다.


아마도 내가,

그런 전복의 기억이 있어서

그의 문장에 끌리는 것 같다.

순탄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런 감정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이제 다시 책을 읽고

문학의 위로에 마음을 담근다.

직장에 있을 땐

아무리 쉬어도 머릿속은 항상

프로젝트, 평가, 인간관계, 회사 일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다시 돌아갈 일 없다고 생각하니

비로소 자유롭다.


행복하자


10대에는 입시에 시달리고,

20대에는 취업의 공포에 쫓기고,

30년간은 사회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온몸으로 버텼다.


이제는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나’로 돌아가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쌓고 싶다.

그런 추억이라도 있어야

노년에 회상할 거리가 생기지 않겠나.


왜 남들은 잘 적응하는 회사를

나는 죽지 못해 다녔을까.

돈벌이를 놓치면 사람 구실 못한다는 생각이 나를 매일 출근길로 나서게 했다.


이제는 더 이상 나를 다그치지 않는다.

회사가 세상의 전부인 사람도 있고,

나처럼 아닌 사람도 있는 것이다.


소비생활


나는 외제차에도, 비싼 해외여행에도 흥미가 없다.

햇빛 아래서 하루 종일 공을 쫓는 골프는 더더욱.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명품에도

이제는 졸업.

디자이너로서 헤리티지 브랜드를 여전히 동경하지만,

소유의 욕망은 덜어냈다.

에코백을 사듯 가볍게 살 수 없다면

내 옷장에 넣을 이유도 없다.


오히려 빈티지 시장을 뒤지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의 클래식템을 발견할 때,

진전한 샤핑의 도파민이 팡팡.


이제는

일 년에 한두 번 입는 옷보다

매일 입는 데일리템을

좋은 원단, 좋아하는 브랜드로 고른다.


큰돈 드는 취미가 없으니

그 정도 소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몰입할 일이 있고,

조금 아파도 병원에 갈 여유가 있다면

그걸로 만족.


회사 안 가니, 참 좋다


퇴직은 낙오나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사회생활 속에서 잃었던

‘오래된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다.


안녕!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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