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보다 더 무서운 병이 있다
1. 월요병은 불치병?
입사 2년 차 후배가 월요일 아침 커피를 타며 물었다.
“언제쯤 월요병이 없어져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믿기 힘들겠지만…
25년쯤 후에?”
후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월요병이 사라진다는 말이 황당한 건지,
회사를 25년이나 다닌다는 게 끔찍한 건지 모르겠다.
일요일 오후가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밤이 깊어질수록 명치가 조여오던 그 불치병.
이상하게도,
재직 25년이 넘어가자 월요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내 정체성이 ‘회사 DNA’로 최적화(Optimised)된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2. 더 무서운 건 퇴직병
진짜 무서운 건 월요병이 아니라 퇴직병이었다.
월급을 대신할 머니트리가 없다는 사실,
퇴직 후 아무도 읽지 않을 이력서를 다시 써서
밥벌이를 해야 한다는 상상.
그건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게 하는
공포, 그 자체였다.
어떤 호러영화보다 ‘월급이 없는 삶’이 더 무서웠다.
‘아직 월요일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3. 후배라는 상사님
나는 회사에서 상사보다 후배가 더 신경 쓰였다.
상사의 눈치는 안 보는데,
후배들에게는 괜히 눈치가 보였다.
상사에게는 멧돼지처럼 들이받으면서,
후배들에게는 완전 무장 해제.
본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 나이 때 내가 시니어를 생각하듯
너무 나를 극혐 하지 않기를. ㅎㅎ
그 아이들이 회사의 허망함을
너무 일찍 알게 될까 봐,
또 너무 늦게 깨닫게 될까 봐 마음이 쓰였다.
문득 깨달았다.
나도 저 나이 때는 선배의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마흔 넘어서도 살아 있다니,
왜 때문에 살까,
신기하다.”
그게 전부였다.
4. 레알 독립
취직을 하면 독립이라 믿었다.
부모의 지원 없이 내 돈으로 살 수 있으면
그게 어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입사와 동시에 ‘퇴사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사회는 점점 ‘고용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평생직장은 산업화 시대의 유물이다.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되고,
AI가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고용의 필요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5. 퇴직의 미래형
나의 퇴직이 ‘회사와의 영구 계약 종료’였다면,
미래 세대의 퇴직은 사회와의 계약을 새로 쓰는 일이다.
어떤 규칙이 생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나는 고용인으로 시작해서 퇴직으로 끝났다.
미래 세대는 독립으로 시작해서
‘다시 시작’을 반복하지 않을까.
앞으로의 퇴직은 커리어의 끝이 아니라
자아의 버전 업그레이드일 것이다.
미국의 10대들은 이미 ‘취업보다 창업’을 선택한다.
AI와 소셜 미디어로 자신을 브랜드화하고,
시장에 직접 진입한다.
이 변화의 시작은
실리콘밸리의 20대 천재들이 보여준 새로운 행보였다.
그들은 회사에 입사하지 않고 회사를 만들었다.
월급 대신 주식을, 직장 대신 플랫폼을 선택했다.
단순 반복적인 일을 성실히 한다고
밥벌이가 보장되지 않는 시대,
퇴직은 자아의 리셋 버튼이 된다.
6. LOOOOOOOOOOOOVE MONDAY
노매드의 시대엔
월요병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스스로 월요일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달콤한 전쟁이 시작되는 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