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습격사건
1. 인생이란, 갑자기 방에 낯선 사람이 앉아 있는 것
살다 보면 무서운 일보다
“이게 뭐지?” 싶은 일이 더 많다.
인생의 전환기,
퇴직을 생각할 때도 그렇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도 그렇고,
그냥 아침에 눈 떴는데
인생이 갑자기 낯설어질 때도 그렇다.
이럴 때 사람들은 대체로
“괜찮아 보이는 척”을 한다.
나도 그랬다.
겉으로는 평온,
속으로는 하드코어 누아르
그러다 결국,
꿈에서 집이 난리가 난다.
2. 외부자들
며칠 전 꿈에
동네 양아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을 잠갔던 것 같은데…
아마 내 잠근 ‘척’이었던 것 같다.
인생에서도 그런 척들이 좀 많다.
나중엔 그의 누나까지 들이닥쳐서
집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갑자기 등장한,
모르는 사람들이
내 삶을 어지럽히는 장면.
요즘 내 머릿속도 비슷하다.
퇴직 준비, 정체성 탐색, 무한 자기 점검…
생각들이 줄줄이 방문을 두드린다.
3. 못생긴 아이
이상한 아이도 있었다.
누군지 잘 모르겠고,
별로 귀엽지도 않고,
하는 짓은 더 이상했고.
내 집에 눌러앉은
그 아이에 대한 분노로
나는 걔를 밀치고 내쫓으려고 화를 냈다.
정체성의 혼란기에는
이런 아이들이 돌아온다.
우리가 잊고 싶은 얼굴로.
믿기지 않지만
정체성의 혼란에는 나이가 없다.
아마 나는
팔십이 되어도 혼란스러울 거 같다.
4. 쫓아내기 기술
꿈에서 나는 그들을 전부 쫓아냈다.
양아치, 누나, 이상한 아이,
그리고 그들이 뿌려놓은 잡동사니들.
인생에서도 가끔 이런 충동이 든다.
“다 꺼져!!!!”
(물론 현실에서는 예의 있게 말한다.
예: ‘제가 좀 혼자 있고 싶어서요.’)
그런데 막상 쫓아낸 후엔
허무함이 남는다.
아마 내가 괴로워했던 건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마주치는 나의 태도였다.
5. 사실은 모두의 이야기
퇴직을 앞둔 사람들,
관계를 정리하는 사람들,
새로운 시작 앞에서 멈칫하는 사람들.
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밤에 자면
각자 자기만의 양아치를 만난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이상한 아이도 나온다.
그건 불운이 아니라
업데이트 알림 같은 거다.
“버전 5.4에서 5.5로 업데이트 중”
6. 혼란은 나쁜 걸까?
혼란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대개 큰일 났다고 생각한다.
위기의식을 감지한다.
요즘 알게 됐다.
혼란은 ‘망했다’는 알림이 아니라
‘정리할 때가 됐다’는 신호다.
가끔은 꿈에서조차
대청소가 일어나니까.
혼란은 대개 귀찮고,
가끔은 불편하고,
종종 웃기기도 하다.
나는 지금 업데이트 중이다.
버전 5.5 공개까지는
재부팅 몇 번 정도 필요할 예정이다.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