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248. 부모라는 거울

노후 선행학습

by Mira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집


같은 집에 살아도

부모와 나의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른다.

나는 여전히 ‘다음’을 생각하지만,

부모의 시간은 유년기와 전쟁의 시대로 거슬러 간다.


과거는 또렷하고

현재는 흐릿하다.

시간은 앞으로 가지만

의식은 자꾸 뒤로 물러난다.


부모로서만 살아온 인생


자식이

유일한 기쁨의 원천이자

유일한 관심사였던 부모.


일도, 취미도, 친구도

모두 자식의 성장 뒤로 밀려났다.

삶은 오직 하나의 역할로 요약되었다.


부모,

그 역할이 끝났을 때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지는

텅 비어 있다.


자식이 떠난 집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대개 그리움이고,

때로는 설명되지 않는 배신감,

그리고 자기 인생에 대한 공허함이다.


부모처럼 나이 들고 싶은가


솔직히 말하면

부모를 보며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나는 오히려

절대 저렇게 나이 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


무료하고,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고,

그저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표정.


내가 두려운 것은

늙음이 아니라

살아 있으면서도

삶을 내려놓은 상태다.

그건

절대 갖고 싶지 않은 것이다.


부모를 웃게 하는 건

자식의 성장인데,

미안하지만 자식들도

이제는 나이가 들었다.

더 이상

뭘 새로 증명할 일도,

뭘 특별히 보여줄 일도 없다


부모로서의 성공


부모로서의 성공은

자식이 더 이상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책임지고,

부모의 승인 없이도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


하지만 한국의 부모는

자식이 환갑이 되어도

부모로서의 역할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삶을 오직 그 역할 하나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으로 늙을까


자식이 없는 나는

지금부터

노후의 삶을 무엇으로 채울지

자주 생각하게 된다.


80대 노부모와 함께 살면서

나는 노후의 삶을

선행학습하는 기분으로 산다.


그래서 나는

대상을 찾기보다

구조를 만들고 싶다.


부모는 가장 현실적인 선생


부모는

인생이 얼마나 덧없는지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선생이기도 하다.


화려한 커리어와

빛나던 젊은 시절을

본인보다 더 생생하게 기억하지만,

현재는 치매에 걸려

침대에 묶인 노인.



퇴직은

월급을 대신할 머니트리만 있으면

올셋인 문제가 아니다.

퇴직은

자연스럽게 노후의 삶과

연결되는 작업이다.


그리고

모든 질문의 끝에는

노후의 시간과 죽음이 있다.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가.

죽기 전까지

무엇을 붙들고

하루를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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