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247. 부모의 사후를 생각하며

부모의 사후를 생각하며

by Mira


가끔은 그 장면을 먼저 떠올려 본다.


해방감일까.

공허함일까.

그리움일까.

아니면 죄책감일까.


아마 하나가 아니라

전부일 것이다.

동시에, 순서 없이.


책임이 끝난 자리에 남는 것


나는 부모를 경제적으로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노다웃.


하지만 사랑하기는 어렵다.

같이 있으면 5분 만에 화가 난다.

어느 한 번의 사건 때문이 아니라

너무 길고, 너무 많은 불이해가

겹겹이 쌓인 결과다.


그래서 부모가 죽은 뒤

가장 먼저 올 감정이

해방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더 이상

돌봄의 긴장을 유지하지 않아도 되고,

마음속에서 항상 차지하고 있던

무게 하나가 사라지는 순간.



공허함은 사랑의 증거가 아니다



그건 부모의 상실보다

삶의 큰 구조 하나가 사라지기 때문일지 모른다..


해야 할 일,

신경 써야 할 대상,

늘 의식하고 있던 책임의 자리.


그게 통째로 비워지면

텅 빈 기분이겠지.


그리움은 늦게 온다


그리움은

조금 뒤에 찾아올 것 같다.


따뜻한 기억보다는

사소하고 불편했던 장면들이

먼저 떠오를지도 모른다.


짜증 나게 하던 말투,

다시 겪고 싶지 않았던 순간들.


하지만 기억한다.

자식의 필요 앞에서는 물불을 기리지 않던

부모라는 존재.



죄책감은 부록처럼


내가 더 잘했어야 했나.

너무 차갑지는 않았나.

이렇게 홀가분해도 되나.


이 감정은

내가 잘못 살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인간이 관계를 끝낼 때

자동으로 남는 잔여물에 가깝다.


피할 수는 없지만

붙잡고 살 필요도 없다.


그 이후의 시간


부모가 죽은 뒤의 삶은

상실 이후의 공백이라기보다

처음으로 온전히

내 몫이 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딸도 아니고,

보호자도 아니고,

그저 한 사람으로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시간.


그 시간은

낯설고, 조용하고,

어쩌면 공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그 시간을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다뤄야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여전히 남는 질문


해방감,

공허함,

그리움,

죄책감.


그 모든 감정이 지나간 뒤

어떤 내가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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