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253. Sense of enough

이제, 소유보다 설렘

by Mira



충분하다는 감각


필요해서 사는 물건이 있고,

갖고 싶어서 사는 물건이 있다.


중요한 건

통장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의 소비다.

말은 쉽지만,

욕망은 가끔 통장의 경고를 무시한 채 앞서 달린다.


이게 어쩌다 한 번이면 회복 가능하다.

하지만 습관이 되면

꽤 난처한 상황이 발생한다.


나에게 필요한 건

센스 오브 이너프다.

이미 나는 충분히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무언가를 더하려면

‘갖고 싶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위에 하나의 명분이 필요하다.


어떤 물건은

그 명분을 스스로 증명해 주고,

어떤 물건은

금세 씁쓸함만 남긴다.


그건 물건의 잘못이 아니다.

내가 나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고

휘둘렸다는 감정이 남기 때문이다.




어떻게 되겠지


통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되겠지’라는

무책임한 낙관으로 내달리면,

정말로 어떻게 된다.


내가 디그니티를 잃거나,

나와 연관된 누군가가 불편해진다.

때로는 불행해진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말은

막다른 벽 앞에서 작동하는

심리적 방어 기제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미루는 회피.


그 방패를 들고

무책임한 행동을 반복하면,

그 책임은 결국

누군가가 대신 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대개 내가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다.

혹은 미래의 나 자신이다.




취향과 통제되지 않은 소비


취향과 통제하지 못하는 소비는 다르다.

취향은 선택이지만,

통제되지 않은 소비는 반사다.


SNS를 통해 타인의 소비를 보다 보면

‘나도 저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스친다.

비교가 먼저 오고,

욕망에 불이 붙는다.


현대인에게 가장 자주 다가오는 유혹은

갖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불안이다.


그래서 취향처럼 보이는 소비들 중에는

사실상 타인의 삶에 반응한 선택이 많다.

그건 취향이 아니라

통제를 잊은 상태다.



구조 없는 소비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생활.

소비를 통제하지 못한 채

널브러지는 성인이 의뢰로 많다.


그 물건을 잘 사용하지도 않고,

금방 싫증내고,

후회한다.

그리고 다시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


문제는 물건이 아니다.

돈의 많고 적음도 아니다.

‘모은다’는 개념 자체가 삶에 없는 상태다.


그래서 소비는

계획이 아니라 충동이 되고,

선택이 아니라 반응이 된다.

그 결과 남는 건

만족도 취향도 아닌,

텅 빈 후회다.




신용카드의 키워드는 신용


무개념 경제관념은

개인의 경제에 그치지 않고

가정의 경제에도 곧바로 파장을 일으킨다.


돈은 기본적으로

없으면 쓰지 않는 것이다.

그 단순한 감각을

가장 먼저 흐트러뜨리는 게 신용카드다.


지금 당장 없어도

쓸 수 있게 만드는 순간,

소비는 판단이 아니라

연기된 현실이 된다.


투자를 위한 대출 이자는 아까워하면서

신용카드 할부 이자에는 둔감한 태도는 곤란하다.

둘 다 같은 이자다.

다만 하나는 의식하며 빚진 돈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로 위장된 빚일 뿐이다.




소유보다 설렘


옷장이 터지도록 옷과 가방이 있지만

나 역시 여전히 새로운 옷과 가방에 설렌다.


다만 이제는

그 설렘을 소유로 급히 옮기지 않아도 된다.

설렘은 설렘으로 두어도

충분하다.


옷과 가방은

내 취향의 영역이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영역은

다른 데 있다.

건강한 몸,

잘 관리된 피부,

윤기 있는 머릿결.


나이 든 여자에게 그것은

생활의 질을 그대로 드러내는 지표다.




에포트리스 스타일


일부러 힘을 빼는 스타일링도

나에게는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로고가 없는 쪽을 선택한다.


그건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굳이 말하지 않기 위해서다.

브랜드가 앞서기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는 옷.


힘을 뺀다는 건

아무렇게나 입는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충분하다는 전제 위에서 고른다는 뜻이다.



분위기


가장 중요한 것은 분위기다.

그건 성형수술로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왔는지,

돈을 어떻게 다뤄왔는지가

분위기에 그대로 드러난다.



옷보다 오래 남는다.

그래서 분위기는

꾸미는 문제가 아니라

살아온 방식의 총합이다.




의식적인 쇼핑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도

전혀 부럽지 않거나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까운 건

돈을 안 쓴 게 아니라

충분히 썼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브랜드가 아니라

그 물건을 고르는 동안

의식이 작동했는가의 문제다.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나에게 전염되면 곤란하다.


그래서 나는

비싼 쇼핑보다

깨어 있는 쇼핑을 선택하려 한다.




혼자 있을 때의 태도


꺼진 눈밑 지방을 재배치하는 것도

분명 자기 관리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좋은 말씨와 반듯한 자세다.


정말 멋진 여자의 애티튜드는

혼자 있을 때 드러난다.

약간 루즈해도

자기만의 긴장감을 놓지 않는 삶의 태도.


나는 그런 태도를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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