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L306. 잘 작동 중입니다

A small direction, everyday

by Mira




퇴직 후의 시간


퇴직 후 몇 달은

밤도 낮도 없이 잠만 자거나

술만 마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어도

그러려니 하기로 했었다.


일정도 책임도 없어진 시간.

나라는 사람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게 될지

나도 궁금했다.





루틴을 만들다


하지만 막상 나는

초반 두 달 동안

루틴을 만들고 지키는 데

꽤 힘을 쏟았다.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대신

집을 청소하고

몸을 움직이는 일을 중심으로

하루를 구성했다.


수영을 하고

산책을 하고

집을 정리한다.


좋아하는 일로

하루를 채우는 생활.


세 달째인 지금

그 루틴은

꽤 잘 작동하고 있다.


수영을 마치고 돌아와

버터를 듬뿍 바른 식빵을 굽는다.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햄과 치즈 두 장,

루꼴라를 한 움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든다.


오렌지 주스를 한 잔 따른다.


생활은 단순하다.

하지만

방향이 생긴 기분이다.





몸을 움직인다


몸의 컨디션이 유지되면

생각은

저절로 따라온다.


수영할 때도 비슷하다.


숨을 쉬려고

첨벙거리며 버둥댈수록

물만 더 많이 먹게 된다.


힘을 빼고

몇 초만 가만히 있으면

몸은 저절로 떠오른다.


그리고

가벼운 몸짓으로도

앞으로 쑥 나아간다.


몸이 편안해지면서

물이 나를 데리고 가는 느낌.





인간은 왜 길을 찾을까


인간은

제자리에서 백 번 뛰는 것과

어떤 목표를 향해

백 번 뛰어갔다 오는 것 중

어느 쪽을

더 평안하게 받아들일까.


아마 대부분은

두 번째일 것이다.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안도한다.


그 길 끝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상상하면서

태양도

바람도

견딘다.


하지만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으면

아무 상상도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은

제자리에서 맴도는 기분을

몹시 힘들어한다.




요즘의 생활


나는

거창한 계획 대신

하루의 작은 방향을 만든다.


수영을 하고

산책을 하고

집을 정리하고

글을 쓴다.


요즘 내 생활은

잘 정돈된 자유를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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