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some for tomorrow
나이가 들수록
생각은 늘고,
기대는 줄어든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하루를 다 쓰지 않으려고 한다.
기억은 자꾸 쌓이고,
뇌는 그 장면들을 꺼내
의미를 붙이고 이야기를 만든다.
하지만 나는
지나간 일을 붙잡지 않기로 했다.
어떤 장면이 떠오르면
그대로 둔다.
해석하지 않는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확실한 것은
언젠가 죽는다는 것뿐이다.
지나간 일도,
앞으로의 일도
내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그 에너지를
오늘 하루에 쓴다.
다만, 다 써버리지는 않는다.
어차피 내일도 반복될 하루니까.
대단한 하루를 만들겠다는 생각도,
완벽하게 보내겠다는 욕심도
가능하면 내려놓는다.
그렇게 해봤자
다음 날이 무너진다는 걸
이미 여러 번 겪었으니까.
몸이 먼저 지친다.
생각보다 빨리.
그래서 나는
생각보다 몸을 더 믿기로 했다.
조금 덜 쓰고,
조금 덜 몰입하고,
조금 덜 애쓴다.
대신,
내일도 같은 리듬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상태를 남겨둔다.
하루를 다 써버리는 것보다
하루를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끔은
이렇게 사는 게
너무 느슨한 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나를 몰아붙이던 방식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때의 나는
잘 버티는 사람이었을지 몰라도
그 대가를 몸으로 치렀으니까.
지금의 나는
조금 덜 잘해도 괜찮다.
대신,
계속할 수 있는 만큼만 쓴다.
매일 수영을 하지만
운동을 한다기보다
물에서 잠시 머문다.
매일 산책을 하면서
속도를 내기보다
햇빛을 느끼고
바람 소리를 듣는다.
돌아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