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ense of enough
작은 천을 따라 난 길을
강아지 조이와 함께 걷는다.
땅속에서 올라오는 봄 냄새에 홀린 듯
조이는 자꾸 멈춰 선다.
코를 박고, 앞발로 흙을 긁고,
무언가를 오래 맡는다.
나는 재촉하지 않고 기다린다.
걷기보다 기다림이 더 긴 산책이다.
생후 5개월 된 조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망설임 없이 다가간다.
코를 내밀고 냄새를 맡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마치 오래전에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난 것처럼,
온몸을 반가움으로 흔든다.
사람들은 그 천진한 모습에 웃는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다른 강아지를 만날 때도 비슷하다.
조이는 먼저 다가가지만,
대부분은 별 관심 없이 제 갈 길을 간다.
그럴 때 조이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서
멀어지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앞으로 걷는다.
작은 천에는
개구리도 살고, 오리도 산다.
오리 가족이 물 위로 올라와
털을 고르고,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을 머문다.
가끔은 날개를 크게 펴고
꽤 멀리까지 날아간다.
오리가 저렇게 잘 날아간다고.
처음 보는 장면에
나와 조이는 나란히 발걸음을 멈춘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바라본다.
산책이 한 시간을 넘기면
나는 벌써 지친다.
다리는 느려지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
그런데 조이는
여전히 넘치는 에너지로
더 놀고 싶어 한다.
풀 냄새를 맡고,
땅을 헤집고,
풀더미 속으로 몸을 던진다.
따뜻한 봄 햇살과
아직은 찬 기운이 남아 있는 바람.
살짝 숨이 차도록 걷고 나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더 바랄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던 것보다
퇴직 후의 생활에는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산책하기 좋은 조거 팬츠와 운동화,
가벼운 윈드점퍼와 모자.
그리고
산책 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