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시간이라는 자유

은퇴자의 진짜 과제는 ‘시간’입니다.

by Mira

돈의 자유도 결국 시간의 자유를 위한 도구다.

돈을 벌기 위해 타인에게 주었던 나의 시간과 노동을 온전히 나에게 줄 수 있다면, 은퇴는 정말 근사한 인생의 다른 무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은퇴 후에는 일 하던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무료함이나 의욕저하로 주어진 시간을 오히려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살아온 습관이나 관성이 자기 주도적이 아니라 타인의 지시와 평가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나는 마흔 중반부터 주말이나 연휴, 휴가 기간을 은퇴 후라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해 왔다. 시간표를 짜는 게 아니라 그날의 주제를 정하고 딱 그것만 하면 나머지 시간은 자유다,라는 개념으로.


예를 들어 오늘은 '효도의 날‘ 로 정하면 엄마와 외식을 하고 시내 구경 하는 걸로 하루의 일정을 세운다. 또 오늘은 '예뻐지는 날'로 주제를 정하고 마사지, 피부과, 미용실 등으로 일정을 세우는 거다.

‘독서의 날’이라고 정하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에서 가장 좋아하는 커피와 빵을 먹으면서 책 속으로 흠뻑 빠져든다.


물론 아무 의욕도 나지 않아서 잠만 쿨쿨 자는 날도 있다. 잠을 푹 자면서 쉬었으니 그날은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의욕이 나지 않아 손가락도 까딱 하기 싫으면 넷플릭스로 미드 시리즈를 틀어 놓고 눈 감고 듣는다. 영어 단어 하나라도 남으면 오늘은 그걸로 만족.


은퇴 후 일상의 키워드는

산책, 요가 그리고 그림과 글쓰기가 될 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세트로 하루의 루틴을 정하고 나머지는 흘러가는 대로 하루를 보낼 거다.


무엇보다 내면에서 올라오는 호기심을 따라가는 일상을 살고 싶다.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역사가 궁금하다 싶으면 검색하고 AI에게 물어보고 관련 영화나 책을 찾아보고. 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하는 공부. 나는 그걸 정말 좋아한다고. 그러다가 훌쩍 여행을 떠나서 책으로만 봤던 그곳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좋겠다.


넷플릭스와 AI,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일만 해도 혼자서 하루가 바쁘다.


노년의 시간이 소멸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호기심으로 그린 그림처럼 하루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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