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I LOVE CHANEL

Not the Bag, But the Spirit

by Mira

자산이 50억이다, 100억이다?

그런 말을 자랑처럼 늘어놓는 걸 보면

오히려 마음이 멀어진다.


숫자는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없다.

진짜 중요한 건

그 돈이 나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어떤 선택을 가능하게 했는가.


방송인 서장훈 씨가 한 말이 떠오른다.

“돈이 많아서 좋은 건,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거예요.”


그 말이 참 좋았다.

실속 있고, 정확하고, 군더더기 없는 말.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조금만 더 노력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해도 하루가 너무 짧아요.”

그런 자랑을 해보고 싶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명품을 소비하면서

브랜드의 가치와 나를 동일시하려 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참 가소로운 일이었다.


내 집을 샤넬로 가득 채운다 해도,

나는 샤넬이 될 수 없다.


샤넬백을 소유한다는 건

그녀의 도발적이고 야생적인 정신에 대한 동경이다.

하지만, 그 동경은

가방 하나를 든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샤넬의 본질은 정신에 있다.

타고난 비참한 운명을 억세게 밀어붙이며,

화마처럼 달려드는 불행에 굴하지 않고,

자기 삶을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만의 장르로 만들어 버린 정신.

그리고 꺼지지 않는 열정.


그 정신은

36개월 할부로 산 가방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면에서 분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샤넬을 좋아한다.

그녀의 인생처럼 흥미롭고,

도전적인 야생의 정신을 흠모한다.


그런 그녀의 가방이

혼수용으로 통용된다니 —

이런 아이러니를 만들어내는 무지성 소비는 거의 개그에 가깝다. 20세기의 가장 화려한 염문을 남긴 그녀의 것이 혼수용이라니.


나는 자랑하고 싶은 게 있다.

그런데 그건 ‘자산’이 아니다.


그걸 해낸 나의 루틴을 자랑하고 싶다.

매일 쌓은 습관들,

무너지지 않고 버텨낸 수많은 밤들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던 끈기.


명품을 들지 않아도,

그냥 입었을 뿐인데

“명품이에요?”라는 말을 듣는 감각.

나는 그런 감각을 자랑하고 싶다.

그건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

시간과 자기 조율이 만든 나의 미학이다.


돈으로 정말 많은 걸 만들 수 있다.

돈은 정말 좋은 거다.


하지만,

돈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것들.

나는 지금,

그것들을 자랑하고 싶다.


이제야 알겠다.

정말 자랑스러운 것은 자산의 규모가 아니라

삶과 인생에 대한 태도의 문제라는 걸.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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