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공기가 다정한 나의 집

콜리와 고양이는 우다다중

by Mira

집을 내 취향대로 꾸미는 일,

소소한 생활의 즐거움이고

내가 나를 돌보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아파트 방문과 창틀은

프렌치 도어로 바꾸어서 파리의 작은 부티끄 호텔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모든 아파트에 똑같이 달린 LED등 대신

내가 고른 조명을 달아

노란 불빛과 따뜻한 공기가 조용히 흐르는 집.


부엌은 단출하게.

나는 요리를 좋아하지만, 단순한 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잡다한 요리기구는 사양한다.

미니멀하지만 살림의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으로..

밥솥도, 전자레인지도, 오븐도 없다.

작은 무쇠솥과 프라이팬이면 충분하다.

간단히 끓이고, 데우고, 볶고,

그보다 더 복잡한 요리는 바이바이.


린넨 소파와 작은 커피 테이블,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창가의 요가 매트와 향초 하나가 있는 거실. 강아지와 고양이의 낮잠 자는 썌근 썌근 소리가 흐르는 오후.


침실엔 침대 하나와 작은 서랍장.

하얀 린넨시트와 이리저리 끌어안고 잘 수 있는 베개와 쿠션이 잘 정돈되어 있다.


옷장은 계절과 감정에 따라 단정하고 조화롭게 정리해 둔다. 눈 감고 집어도 오늘의 기분에 가장 어울리는 옷이 나올 수 있도록.


화장실에서는 항상 좋은 향이 나면 좋겠다.

향수나 향초 컬렉션은 화장실에 모아둔다.

세이지, 샌달우드, 라벤더와 일랑일랑이 섞인 허브향이 가득한 화장실이면 좋다.


베란다에는 허브 화분을 가득 둔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캣닙도 많이 심고.

야외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맥주 한잔, 꼴꼴꼴.


작은 방은 게스트룸으로 만들어서 멀리서 오는 친구를 위한 공간으로 준비한다.

낮은 침대에는 깔끌하고 정갈한 린넨 시트가 깔려 있다. 친구들이 편하게 골라 볼 수 있도록 낮은 선반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둔다.


또 다른 작은 방에는 책상과 노트북, 그림도구를 둔다. 내가 온전히 나만의 세계로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나와 더 친밀해지는 시간이다. 매일 머릿속의 단어와 이미지를 펼쳐 내는 곳. 그런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내 삶의 밀도는 더 단단해진다.


내가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회사생활에서 겪은 산전수전공중전을 모티브로 한 소설, 나의 정신과 진료 경험, 베이커리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던 경험을 모티브로 한 시나리오.

그리고 에세이로 소개하고 싶은 나의 동물 친구들, 나와 함께 했던 길고양이들과 거리에서부터 나를 쫓아왔던 떠돌이 강아지들의 이야기까지.


운퇴하면 강릉의 바다가 보이는 나의 공간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홀로 웃고 울면서 쓰고 그리고 싶다.


물론 이 공간에는 나의 고양이들과 콜리가 우다다하면서 놀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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