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글을 쓰고 있을까
퇴직을 앞두고 나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막막함’이었다. 시간이 많아진다는 건 좋은 일일까, 아니면 불안의 다른 얼굴일까.
출근이 없다는 건 해방일까, 고립일까?
언제나 사무실을 벗어날 궁리를 하더 내가, 이제는 사무실이 세상에서 제일 편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여긴다. 그런데 내가 이곳에 머물 시간은 4년 6개월.
월급이 없어지는 생활만큼 눈 뜨면 자동으로 집을 나서던 루틴이 없어진다는 것도 막연하다.
그 감정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를 위한 기록으로 시작했지만 나와 비슷한 입장인 분들이나 회사원부터 끝을 궁금해하는 20대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이 연재 글은 퇴직 시뮬레이션이자 계획이다.
온전히 내게 주어지는 시간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은지,
얼마를 쓰며 살아갈 수 있을지,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견딜 만한지,
그걸 자문하고 대답해 가는 과정이다.
강릉으로 답사 여행을 계획하고,
마산을 리서치하고,
은퇴 후의 인간관계와 소비규모까지
하나하나 점검하며 적어본다.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잠정적인 퇴직자다.
모든 직장인은 언젠가 회사를 떠난다.
그게 내일 일지, 3년 후일지, 정년일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분명하다.
나는 회사에서 출세도 못하고 앞날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40대 초반부터
오늘 당장 회사를 그만 두면, 나는 어떻게 하지?
라는 질문으로 스스로를 닦달했다.
그 모진 질문들이 나로 하여금 소비습관을 점검하게 하고 투자에 대해 공부하게 하고 은퇴가 기다려질 만큼 많은 꿈을 꾸게 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퇴직을
‘아직 먼 이야기’로 여긴다.
그건 이해된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회의, 보고서, 목표 수치들이
늘 하루를 잡고 있으니까.
그래도 늘 나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데, 30% 정도 에너지는 남겨 두어야 한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서 손 하나 까닥하고 싶지 않게 에너지를 다 쏟으면서 일하지 않으려고 한다.
퇴직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믿고,
현재에 자신의 에너지를 100% 쏟아붓는 것 자체가
오히려 리스크다.
회사는 내 전력을 다해 살았던 삶의 장이지만,
그 에너지는 언젠가 되돌릴 곳을 잃는다.
그때 남는 건 오히려 ‘공백’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일찍,
조금씩 나를 퇴직시키는 연습을 하고 해 왔다.
무엇보다,
사라지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회사에서의 역할은 곧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글 속의 나는 남는다.
글은 내가 삶을 돌보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다.
브런치에 100편의 글을 올려보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그 숫자는 나를 향한 격려다.
매일 글을 쓰며 나는 점점 ‘퇴사한 사람’이 되어간다.
아직은 명함을 갖고 있지만,
이 글들이 나를 서서히 새로운 나로 데려간다.
이 연재의 제목을 보고
‘돈 모으는 법’, ‘퇴직을 대비한 머니트리 전략’ 같은 테크닉을 기대한 독자라면 조금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방법론보다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수많은 시도들,
무자비하게 실패했던 순간들,
누구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헛수고의 시간들.
그런 경험을 하면서 천천히 성장한 나를 만난다.
은퇴를 두려움이나 막연함이 아니라 기다려지고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으로 여기면서.
돈에 대한 열망은 결국
‘내 삶은 내가 선택하고 싶다’는 갈망의 다른 얼굴이었다.
머니트리를 만들고 싶었던 진짜 이유는
‘회사 없이도 살 수 있는 시간’을
내 손으로 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그 열망을
조금 더 조용하고, 깊은 방식으로 풀어낸 기록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떻게 퇴직을 준비하는지,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