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강릉에서 겨울나기

시간여행을 떠난다

by Mira

강릉의 겨울은 춥고 길다.

바닷가 산책이 어려운 날씨에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산책하거나 피트니스에서 운동하고 수영장을 할 거다. 커뮤니티센터에 있는 도서실을 다니면서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것도 긴 겨울을 나기 좋은 기회다.


실제로 강릉에서 몇 번의 겨울을 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상상해 보자.

나는 고대 로마와 관련된 책과 영화를 보면서 시간여행을 한다. 학창 시절에 나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역사만큼은 시대별로 줄줄 외우고 당대의 풍습이나 의상 같은 민속사에도 매료되었다.


특히 역사에서 일어나는 터닝페이지 시대에 관심이 많았다. 예를 들어 기차가 발명되거나 마차를 타고 다니다가 자동차를 만난 사람들의 반응, 최초로 비행기로 여행한 사람들. 이 변화의 바람이 어디까지 누구도 알 수 었었던 시대의 풍경.


함락되어 가는 오스트리아 빈의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의 절망과 절망적인 심정을 되돌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스테판 츠바이크 같은 작가의 일생을 따라 한 시대의 안타까운 몰락을 지켜본다.


역사가 가르쳐 주는 건,

'아무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라는 것.


세상의 중심과 강력한 정복자들이 일어서고 붕괴하는 사건을 따라가 보는 과정도 매력적이다. 몽골제국이나 바이킹, 영국의 무적함대, 로마의 황제들.

그 영광의 기억이 이제는 관광상품으로 전락해 버린 현대의 모습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지. 그들이 살아있을 때는 절대 만날 수 없던 사람들이 그들이 이야기에 매혹되어 그 발자취를 쫓는다.

지금 권력에 취한 자들의 말로를 대입해서 미래를 생각해 보게 한다.


긴긴 겨울밤,

나는 이렇게 역사 속 인물을 만나고 대화할 거다.


나는 언어 공부도 좋아한다. 잘하는 게 아니라 얇게 톡 건드려 보는 걸 좋아한다. 영어 공부를 계속해서 앤드루 포터의 소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원서로 읽어 보고 싶다.


일본어도 공부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나 하루키의 에세이도 원어로 읽어 보고 싶다. 내가 한국어로 느낀 언어의 맛과 온도가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다.


겨울밤, 해산물을 쪄서 소금과 올리브 오일에 톡톡 찍어 먹으면서 와인을 홀짝거린다. 강릉의 역사나 마을에 대한 옛날이야기를 읽으면서 타닥타닥, 시간이 흘러간다.


그 누구의 지시나 요청으로 하는 게 아닌, 나의 내면으로부터 올라오는 호기심에 응답하는 노년의 시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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