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주간>
잘 노는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다.
어떤 사람은 죽어라 일만 하다 죽고,
어떤 사람은 술만 마시다 죽고,
어떤 사람은 게임만 하다 죽는다.
나는 요즘,
남은 인생을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을까?
진지하게 연구 중이다.
**〈잘 노는 연구소〉**라도 만들 기세다.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머니트리 덕분이다.
크건 작건 내 생활을 지탱할 수 있는 돈이
월급처럼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고,
이제 그 돈으로 확보한 ‘시간’을 어떻게 쓸지가 고민이다.
나이 들수록, 나를 위한 시간
30대에는 도무지 40대를 기대할 수 없었다.
뭘 해보겠다는 의욕도 없었다. 그저 늙어가는 것 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50대를 떠올리면 그냥 끔찍했다.
생각해 보니 20대에는 서른이 곧 죽음일 거처럼 나이 든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50대를 넘기고 나니
60대와 그 이후의 시간이 오히려 기다려진다.
‘나중’이 없는 나이가 되자
오히려 진짜 ‘나’를 위한 시간이 시작된 것 같았다.
나만의 주간, 나만의 어워드
나는 혼자 놀 때도 테마를 정하는 걸 좋아한다.
예를 들어,
하정우라는 배우에게 호기심이 생기면
그의 영화 필모그래피를 찾아본다.
그렇게 보낸 여름휴가가 바로
**〈하정우 주간〉**이다.
〈터널〉 〈아가씨〉 〈허삼관〉 〈더 테러 라이브〉 〈러브픽션〉 〈추격자〉 <멋진 인생> <황해> <군도>
이렇게 영화를 이어서 보면
배우로서의 성장과 변화가 보여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전 영화의 감정이 다음 영화에서 이어지고,
어떤 연기는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의 밉지 않은 진상 연기, 양아치 같지만 마지막에 순정을 드러내는 연기—
인간 내면의 레이어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배우, 하정우.
내 방에서 열리는 영화제
〈알 파치노 주간〉
<알랭 들롱 주간〉
범죄, 수사물, 누아르…
서로 다른 국적, 분위기, 시대감각을 가진 두 배우의 영화를 보면 공통점과 차이점이 보여 재미가 배가 된다.
영화를 보면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본다. 그 하나의 테마가 어느새 나만의 콘텐츠로 쌓인다.
킬링타임용 영화도 좋지만,
이렇게 테마를 정하고 영화를 보면
다른 차원의 몰입이 가능하다.
집에서 즐기는 나만의 어워드
시원한 에어컨, 차가운 맥주,
노란 조명 아래 이어지는 나만의 영화 주간.
돈은 많이 들지 않지만,
만족도는 높은,
문화적인 여름휴가도 제법 근사하다.
내 안에 어린아이를 만나는 것,
그것이 노는 시간의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