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주간
‘논다’는 건 나에게,
마음속에 오래 머물던 호기심에 응답하는 과정이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늘 이상하게 나를 끄는 기운이 있다. 그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유머.
파스타를 요리하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걷고, 어딘가를 향해 걷거나, 세상을 구경한다.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순례>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이윽고 슬픈 외국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우천염천>
.
혼자 킥킥 웃으면서 읽게 되는 에세이의 그는 세계적인 문학가라기보다는 재미있는 동네 아저씨처럼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맛과 풍경 사람에 대한 인상의 묘사가 얼마나 생생하고 위트가 있는지!
나는 하루키의 세계를 오감으로 경험해 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하루키 주간〉.
책에서 언급된 메뉴들을 모아 본다.
날씨가 살짝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가을 문턱,
바삭한 굴튀김과 찬 맥주를 조용히 곁들여 먹는 저녁.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하루키가 묘사한 계절의 맛이 입 안에 감돈다.
책 속 레시피를 현실로 끌어와 먹는 이 경험.
그는 요리의 재료도, 조리도법도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글을 읽고 나면
당장 굴튀김을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기분에 충실하게, 나는 식당을 찾고 재료를 고르고,
요리를 직접 해 본다
이때는 그가 추천한 음악이 필수.
하루키의 재즈 플레이리스트
그의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하루키가 사랑한 재즈를 틀어놓는다.
• Chet Baker – Almost Blue
• Bill Evans – Waltz for Debby
• Stan Getz & João Gilberto – The Girl from Ipanema
• Sonny Rollins – St. Thomas
• Art Blakey – Moanin’
• Miles Davis – It Never Entered My Mind
하루키가 언급했던 LP 중 몇 곡은 꼭 찾았다.
낡은 턴테이블이 없으니,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해 두고 순서대로 재생한다.
책장 넘기는 소리와 재즈가 섞이면, 어느 순간 나는 마치 하루키의 소설 속 주인공을 관찰하는 인물이 되어 그의 세계로 유영하듯이 빨려 들어간다.
음악은 배경이 아니라 세계관이다.
이런 테마를 정해 보내는 일주일은 휴가나 특별한 이벤트보다 훨씬 짙게 남는다.
책과 요리, 음악, 공간이 하나로 이어지는 감각의 편린들. 그 경험을 조각조각 모아두면, 나만의 콘텐츠가 된다.
이런 주간을 살면서 나는 생각한다.
잘 노는 건 타고나는 게 아니라 연습으로 길러지는 감각이라는 것을.
잘 노는 인생,
그건 내가 마지막까지 양보하고 싶지 않은 삶의 가치다. 위대한 인생보다 재미있을 인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