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여행의 쓸모

시칠리아에서 대부를 본다

by Mira


지난 8년, 나는 ‘월급 같은 머니트리 만들기’에 몰두하느라 여행이나 휴가는 뒷전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도쿄와 태국으로 훌쩍 떠났다. 잊고 있던 감각들이 하나둘 되살아났다.


도대체, 여행의 쓸모란 뭘까?

왜 사람은 공들여 만든 안락한 공간을 벗어나, 불편한 이동수단에 몸을 싣고,

집에 있으면 들지 않을 숙박비까지 기꺼이 내면서 낯선 곳으로 떠나는 걸까?



나이가 들수록 ‘새로움’과 ‘특별한 경험’은 줄어든다.

익숙한 사람, 검증된 장소, 늘 먹던 메뉴.

생활은 점점 더 안정적으로, 예측 가능한 패턴으로 수렴된다.


물론 안정감은 좋다.

하지만 우리의 본성 깊은 곳엔 여전히 도전하고 탐험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걸 너무 오랫동안 묻어두면, 삶은 점점 무뎌지고 지루해진다.

상상력이 고갈되고, 호기심이 시들어 간다.


나의 탐험정신은 한동안 ‘내부’를 향했다.

계획, 투자, 재무전략, 일과 책임.

다행히 최근, 가상자산 수익으로 약간의 여유가 생겼고

그 순간 나는 오래 묵은 ‘외부로의 탐험 욕구’를 꺼내 들었다.



올여름, 나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와 몰타로 향한다.

책 몇 권과 가벼운 옷만 챙긴, 오랜만의 솔로 여행이다.

레몬첼로 한 잔을 들고 시칠리아 골목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영화 <대부>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오래 남을 여행의 장면이 될 거다.

**“시칠리아에서 <대부>를 본 사람”**이라는, 나만의 기억.


나는 관광지뿐 아니라 그 땅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무너진 신전의 잔해보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하루를 버티는 어느 가게 아저씨의 얼굴이 더 궁금하다.

멀리 있지만, 알고 보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어떻게 견디는지 보고 싶다.



여행에 관한 수많은 글 중

나는 아직도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떠올린다.

그 책은 ‘환상과 현실’ 사이,

우리의 기대와 실제 여행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진짜 여행의 의미를 묻는다.


나는 지금 퇴직까지 D-4년 6개월.

나만의 새로운 KPI는 분명하다.

“여행. 그리고, 다시 살아나는 감각들.”


지금이 딱, 여행하기 좋은 나이.

아직 가슴이 설렘, 무릎은 튼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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