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심플라이프

More Than Minimalism

by Mira

<심플하게 산다>의 저자 도미니크 로로는 소유를 경계했다. 물건을 갖는다는 건 집착이고 짐이며, 불필요한 번잡함이라고.

많은 종교도 무소유의 정신을 강조하며 물질주의를 경계한다.


요즘은 ‘미니멀라이프’가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되어,

유튜브에는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변화된 삶이 넘쳐난다.

모든 식기를 버리고 포크 하나만 남기거나,

계절별로 옷 세 벌 이하로 살아가는 방식.

가구가 사라진 텅 빈 집에서 소리가 울릴 정도다.

없어도 되는 것들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인생을 낭비했다고 꺠닫는 사람들의 간증도 많다.


나도 심플한 삶에 매력을 느낀다.

물건을 쌓아 놓고 사는 맥시멀리스트보다는 여백이 있는 삶을, 나만의 속도로 밀도 있게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리넨 소파에 가득한 쿠션에 몸을 파묻고

큰 화면으로 넷플릭스를 보며

상상의 세계로 떠나는 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

에어컨과 선풍기, 냉장고는 필수고

몇 년을 고민해 고른 트윈 리넨 침대와

크기별로 다른 쿠션들 역시 나에겐 소중하다.


화장품은 많지 않지만,

로즈향이 짙은 산타마리아 노벨라 제품과

‘1일 1팩’ 루틴은 나를 돌보는 의식처럼 이어간다.


아이폰은 고장 날 때까지 쓰는 편이다.

하지만 이 작은 기기로 주식 거래, 은행 업무, 글쓰기, 그림까지 다 한다.

아이팟으로 음악을 들으며 일할 때

나는 가장 만족스러운 ‘나다운 시간’ 속에 있다.


나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소비보다

나를 중심에 둔 선택과 오래 쓰는 습관을 사랑한다.

싫증 났다고 물건을 버리거나

사양별로 노트북을 바꾸는 일은 하지 않는다.


압도당할 정도로 많은 물건을 쌓아 놓고 싶지 않지만,

반대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내 취향이 담긴 ‘여유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그림, 질 좋은 향초, 리넨 커튼,

커다란 화분과 햇살 아래

자유롭게 그루밍하는 고양이가 있는 집.

내 집은 풍경은 늘 그렇다.


포크 하나만 남길 수는 없다.

포크의 디자인마다 다른 감성이 있고

나는 그 미묘한 차이를 ‘혼자’라도 즐긴다.

베란다까지 점령한 부엌살림은 곤란하지만,

다양한 요리를 멋지게 담을 수 있는

식기와 커트러리 컬렉션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자잘한 감정소모,

견제, 질투, 선 넘는 관심으로 피곤하게 하는 관계는 멀리한다.

서로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몇 명의 사람만 있으면 충분하다.

소위 ‘사교 모임’엔 관심이 없고,

스몰토크도 어색하다.

돌아서면 잊히는 대화보다

진심이 느껴지는 짧은 안부 문자가 더 좋다.


혼자는 내 인생의 디폴트값이다.

혼자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오히려 누군가 지켜보는 것보다,

고요한 잠 속으로 천천히 사라지는 편이 좋겠다.


혼자든 여럿이든,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은 필수다.

누군가가 대신해주길 바라거나 도움을 구하는 마음이 없다.

스스로 노력하고, 할 수 있는 만큼 해내고,

그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인다.


나의 노력으로 도달할 수 없는 것들을

탐하지 않는 상태 —

그게 단순한 인생의 출발점이다.


내 경제 상태로는 가질 수 없는 것을

끝없이 욕망하다 보면

얼마를 벌어도 늘 부족하고, 늘 허덕이게 된다.


물질적으로 부자여도

마음은 가난할 수 있다.

그 상태로 살면,

늘 욕구불만 속에 불행한 소비를 반복하게 된다.


나는 부자로 살고 싶다.

내가 가진 것을 누리고 즐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 취향과 문화적 감각을 가꾸는 삶.

그건 셰이커 교도의 삶처럼 검박할 수도 있고,

로코코 양식처럼 화려하고 호사스러울 수도 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내 노력으로 얻은 것들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태도다.


단순한 삶의 즐거움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 자유로움을 얻는 자족의 마음에 있다.

“이걸로도 충분해.”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삶.


돈도, 물건도, 사람도.

무의미한 것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선택한 것들 속에서 나답게 사는 일.

그것이 나의 단순한 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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