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익율 함정
서른 후반으로 접어 들 수록 마흔이 다가오는 게 두려웠다. 도대체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모르겠고 진짜 어른이 되기도 전에 그냥 늙어버리는 거 같았다.
통장은 가벼웠고,
커리어는 뿌옇게 가려 있었다.
신입으로 들어온 후배들은 이제 결혼하고 자리를 잡고 있는데, 나는 결혼도 못하고 승지도 못하고.
혼자 부유하는 것 같기도, 고립되는 거 같기도 했다.
같은 자리를 맴맴 돌다가, 그 자리에서 지하로 꺼질 것만 같았다.
10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서 성공한 스토리는 많은데, 나는 거기에 해당되지도 않았다.
얼마나 많은 사업 아이템을 쥐어짜고
혼자 사업 계획서를 쓰고
브랜드 스토리를 짓고 허물었는지 몰라.
결국 문제는 돈이었다.
부모님의 노후가 걸려 있었다.
나는 끝내 야생으로 나갈 용기가 없었다.
아니, 부모님도 핑계였을까?
그 무렵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생겼다
부동산이 오르고 내리고는 잘 모르겠고, 딱 예측 가능한 정도의 월수익을 바랐다.
부모님께 용돈을 여유 있게 드릴 수 있는 정도.
엑셀을 붙잡고 수익률을 계산하느라 낑낑.
남들은 5분이면 할 일인데, 그 수식을 이해하는 데 무려 3개월이 걸렸다.
나는 숫자에 대한 지능이 평균 이하다.
이건 그냥 바보다.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상가.
투자금이 몇천만 원 수준이었던 나는 분양가 2억 미만의 소형 물건에 관심이 갔다.
여름휴가.
친구들은 해외로 떠났다.
나는 뜨거운 햇살 아래서 분양 현장을 돌았다.
수영장 대신 먼지 나는 현장.
바다 대신 브리핑.
완벽하게 깔끔한 인테리어로 꾸민 분양 모델은 확실한 수익이 보장될 거 같았다. 혼신의 힘으로 브리핑을 하는 분양사 중에서도 베테랑의 기운이 느껴지는 분이 있는가 하면, 이제 막 이쪽으로 전업해서 신입 티가 풀풀 나는 분도 있었다.
저렇게 분양해서 계약이 제대로 될까 싶을 정도로 자기 확신조차 없어 보이는 초짜들이 의외로 많았다.
한편으로는 몇억짜리 계약을 척척 따내는 분양사를 보면 대단하다 싶기도 했다.
거기에도 삶과 노동의 애환과 치열한 경쟁이 보였다. 내가 소설가라면 분양 사무소를 배경으로 한 암투와 사기를 재미나게 써볼 텐데.
수익률 8~12%.
머리가 번쩍했다!
“세 채 해도 되잖아?”
계산기를 두드리며 흥분했다.
분양사가 오히려 말렸다.
“첫 투자는 신중하게. 일단 한 채만.”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고마운지.
3년 후, 건물은 완공됐다.
대출은 담보로 전환됐다.
금리가 4%까지 올랐다.
수익률은 무너졌다.
월세는 80만 원 받아야
내 손에 40만 원이 남는 계산인데,
현실은 40만 원 자체가 월세였다.
폭탄 입주장이었다.
부동산은 말했다.
“1~2년만 버티면 정상화됩니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주변에 건물은 콩나물처럼 솟았다.
도시는 새 건물로 빽빽해졌다.
세입자들은 더 싸고, 더 새 건물로 떠났다.
월세 5만 원 올라도 민감했다.
시장은 냉정했다.
인정사정없이 수요과 공급의 법칙만 가동되었다.
7년 만에 나는 손절했다.
분양가보다 2천만 원 낮춰 팔았다.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물으셨다.
“얼마에 팔았니?”
“그냥, 안 물어보면 안 돼요?”
퉁명스럽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 돈보다 아팠던 건 마음이었다.
위로는 있었다.
그 기다림 동안, 미국 주식을 공부했다.
배당주를 알게 됐다.
부동산은 세금과 비용이 예상보다 많았다.
임대료는 내리고 이자는 오르는데, 부가세는 야금야금 올랐다.
배당주는 단순했다.
보유한다고 세금이 붙지 않는다.
거래 비용도 낮다.
손실이 나도 나 혼자 책임지면 끝이지, 다른 사람과 엮일 일이 없었다. 적립식 투자가 나한테 딱 맞았다.
돌이켜보면 다행이었다.
퇴직금 전부를 상가에 묻지 않았으니.
이 나이에 배운 실패라서 다행이다.
투자는 누구의 말도 걸러서 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이유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운과 타이밍.
인간 심리의 깊은 층위(불안, 초조, 자존심 등)
그것도 늘 작용한다.
투자는 공부 잘하는 사람의 것도 아니고,
학벌 좋은 사람만의 것도 아니다.
그 반대의 사람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자본주의를 사랑한다.
평등한 기회와 개인의 노력이
최고의 합을 만들어내길 꿈꿀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