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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심 Oct 26. 2022

어린아이들이 영어를 대하는 자세

영어도 한국어처럼 회화가 먼저!

딸내미가 네 살 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섯 살 원어민 언니와 일주일에 2-3번씩 만나서 놀곤 했다.

당시 영어는커녕, 한국말도 느린 아이였던지라 영어가 목적은 아니었고 같은 아파트에 동시에 이사 온 주민끼리 친해진 셈인데, 단지 상대가 영어 원어민이었을 뿐이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놀이터에서 외국 아이와 같이 놀던  딸내미가 나에게 달려와서 말한다.


"엄마, 언니도 집에 불 들어오는 반짝이 겨울왕국 신발이 있대!"

"그래~? 그렇구나~ 근데 언니가 한국말로 '반짝이 겨울왕국 신발'이라는 말을 했어?"


"응, 언니가 한국말로 해줬어."


언니는 한국말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의 차이도 도 아직 모르는데..??

원어민 아이가 영어로 말했다 한들 우리 딸랑구가 알아들었을 리 없고,

원어민 아이가, 한국 온 지 2주 만에, 그렇게 유창하게 한국말을 배웠을 리도 없으니까.

아직 어린 우리 딸랑구가 뭔가 상상한 이야기를 하나 보다 하고 넘겼다.

아이들은, 본인이 상상한 이야기를 사실로 인지하기도 하고, 꿈꾼 이야기도 있었던 일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다음 날 다시 만났을 때, 혹시나 해서  반짝이 신발 이야기에 대해  물어보았다.


"Did you say that you have twinkel shoes of Frozen?"

-너 혹시 겨울왕국 신발 있다는 말을 우리 딸에게 했었니?

그랬더니 원어민 아이가, (나의 구린 영어 탓에) 내가 뭔가 오해하고 있는 줄 알았는지,

"I do, I really do have Frozen shoes! They are Lightening shoes like her shoes!"라고 강조한다.

물론 전 날 우리 딸랑구에게도 한국말이 아닌, 영어로 했다.


아~불 들어오는 반짝이 신발은 "lightening'이라고 표현하는 거구나!

'반짝반짝 작은 별~'은 '트윙클 트윙클 little star~' 니까 ' 반짝이 신발'은 '트윙클 슈즈' 일 줄 알았는데,,

6살 원어민 아이에게 하나 또 배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 딸랑구는..

이 언니야가 하는 말이 '영어'인지 '한국어' 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lightening, Frozen  이런 구체적인 단어의 뜻도 몰랐지만

언니가 본인 신발을 가리키면서 " I have ~~ blah blah~  like you!!"  하니까,

대충 본인 신발처럼 반짝이 신발, 겨울왕국이라고 해석한 것 같다.


 '대충 때려 맞춘' 아이의 영어 해석이 웃기기도 하고 살짝 기특하기도 하다.


역시 아이들은 상황 속에서 영어를 '통으로' 받아들이는구나 하고 다시 한번 실감했다.


재작년, 6살의 수다스러운 그 원어민 아이는 딸랑구의 완벽한 영어 선생님이었다.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서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늘 연락하고 자주 만나는 좋은 인연.


우리 딸과 친구가 되어준 그 아이도 고맙고,

영알못 나와 친구가 되어준 그 아이 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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