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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심 Oct 20. 2022

엄마, 밍크가 뭐야?

여덟 살 아이의 눈물

여덟 살 아이가 읽던 책에 밍크 이야기가 나왔는지, 밍크가 어떤 동물이냐고 묻길래 아무 생각 없이 구글로 이미지를 찾아서 보여줬다. 제일 귀여운 사진으로 골라서.


근데. 사진을 가만히 보던 아이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너무 불쌍하다고, 사람들이 이 귀여운 밍크를 잡아서 옷을 만든다고 한참을 운다.


나도 밍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우선 우는 애 달래느라

"털만 깎고 살려줄 수도 있잖아. 그럼 밍크가 안 아플 거야~" 했더니 아니라고, 양은 털만 깎지만 밍크는 죽는다면서 정말 서럽게 흐느낀다.

 "사냥꾼이.. 흑흑.. 토끼처럼 작은 밍크를.. 흑흑.. 나쁜 사냥꾼이 흑흑 잡아서.. 공장에 팔아서.. 흑흑.. 죽는 거라고.. 으아아 앙"

정말 정말 한참을 울었다.


오빠의 눈물을 이해 못 한 4살 동생은 옆에서

"오빠, 사냥꾼이 무서워서 울어?"

여기서 빵 터졌지만 우는 아들 옆에서 웃을 수도 없고, 한 시간 가까이 울게 두었다가 슬쩍 달래 보았다.


엄마: 그럼, 밍크를 구할 방법이 있나 생각해보자~


아들: 내가 밍크 잡아가는 공장 문을 못으로 박아서 사냥꾼이 못 들어가게 할게. 그럼 밍크를 잡을 필요가 없잖아.


엄마: 너무 좋지~ 근데 사냥꾼이 그 못을 빼면 어쩌지?


아들: 경찰한테 사냥꾼을 잡아가라고 하자.


엄마: 좋지~ 근데 경찰 아저씨가 너무 바쁘셔서 숲으로 사냥꾼 잡으러 갈 시간이 없을 텐데?


아들: 흠.. 그럼 사람들한테 밍크 옷을 사지 말라고 하자.


엄마: 오~ 그래그래! 그런 캠페인도 있어! 거기 참여해봐!!


아들: 캠페인이 뭔데?


엄마: 여러 사람들한테 알리는 거야! '지구를 지킵시다!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 동물을 사랑합시다!' 이렇게 종이에 써서 들고 다니면서 알려주는 거야.


아들: 나는 밍크 옷 입지 말자고 캠페인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해?


엄마: 인터넷 찾아보자~



구글링 해보니, WWF라는 국제기구가 나온다.

World Wide Fund for Nature 의 약자인데,  밍크와 가죽옷을 입지말자는 캠페인을 과거에 진행했다. 하지만 현재는 거리 캠페인 활동 보다는, 기후변화로 인한 야생동물의 멸종을 막기위한 기부금을 모집하는게 주된 활동으로 보인다.


엄마: 근데 한 달에 최소 2만원씩 기부해야하는데, 너 용돈은 한달에 2천원인데 어쩌지??

아들: 거리 캠페인은 안한대? 나 2천원밖에 없는데..

엄마: 그럼 너가 여기 리더한테 메일 보내봐~

아들: 영어로?

엄마: 응 이사람 한국말 모르지~ 봐봐~ 사이트도 영어잖아~ 메일주소도 나와있네~

아들: 그럼 2천원만 내도 되는지 물어보고, 또 캠페인 언제 하는지 물어보고 나 거기 가도 돼?

엄마: 그래~ 얼른 종이에 써봐~ 엄마가 컴퓨터로 옮겨서 보내줄게~



아이 울음이 그치자, 이 상황을 기회로 아이 영어공부 시키고픈 엄마의 욕심이 스믈스믈 올라온다.

아이는 알겠다며 적극적으로 연필을 쥐고 뭔가 끄적여간다.


엄마: 아들~  밍크를 지켜주고싶은 만큼, 동생도 많이 지켜줘~ 싸우지좀 말고!

아들: 그건 약속할 순 없지만 노력은 해볼게.


톰과제리같은 남매. 노력해본다고 했지만, 3분만에 서로 으르렁.



근데 아들을 진정시키고, 한국어로 '밍크'를 검색 해보니,  '코로나로 번진 밍크들의 재앙' 이란 기사가 눈에 띈다.  내용인 즉,  네덜란드의 한 밍크농장에선 직원 뿐 아니라, 고양이, 하물며 농장의 먼지를 확인해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왔다.  또한 스페인의 밍크농장에서는 근로자의 50프로가 코로나에 감염되었다. 그래서 유럽에선 밍크농장을 코로나 인간감염의 통로로 보고, 네덜란드에서는 10만마리의 밍크를 살처분 할 계획이라는 것. (동물보호단체의 고소로, 살처분 일자는 연기된 상태)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죄없는 동물들을 열악한 환경에 사육하더니 이제 살처분하는 상황.

이 이야기까지 했다간, 아들래미가 몇 날 며칠을 대성통곡 할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망할놈의 코로나가 가져올 그나마 긍정적인 변화로, 그동안 알게모르게 성행하던 동물학대가 사라졌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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