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고양이는 무엇을 기억하는가?
추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는 길,
가장 따뜻한 지점과
먹을 것이 있는 위치를 기억한다.
고통을 안겨 주는 장소와 적들,
애를 태우는 새들,
흙이 품은 온기와 모래의 쓸모있음을.
마룻바닥의 삐걱거림과 사람의 발자국 소리,
생선의 맛과 우유를 핥아내는 기쁨을 기억한다.
고양이는 하루의 본질적인 것을 기억한다.
그 밖의 기억들은 모두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
마음속에서 내보낸다.
그래서 고양이는 우리보다 더 깊이 잔다.
너무 많은 비본질적인 것들을 기억하면서
심장에 금이 가는 우리들보다.
<고양이는 옳다>, 브라이언 패튼 《마음 챙김의 시》, 류시화
대만의 작은 산골 마을 허우통(猴硐)에 가면
이 시의 의미를 조금 더 또렷하게 이해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곳을 “고양이 마을”이라고 부른다.
걸어가다 보면 벽 위에도,
계단 위에도,
가게 앞 의자에도 고양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앉아 있다.
마치 이곳의 주인은 원래부터 그들이었다는 듯이.
허우통의 고양이들은 바쁘지 않다.
어디가 햇볕이 가장 오래 머무는지 알고 있고,
어떤 관광객이 간식을 줄지 눈치채며,
어느 가게 앞이 오후가 되면 따뜻해지는지도 안다.
그들이 기억하는 것은
그날 하루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뿐이다.
사람이 쓰다듬어 준 손의 온기,
비가 올 때 숨을 수 있는 처마,
낮잠을 방해하지 않는 조용한 자리.
그 외의 것들은 굳이 마음에 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허우통의 고양이들은 참 오래, 깊게 잔다.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들고 왔다 갔다 해도
대부분은 눈만 살짝 뜰 뿐
다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에 빠져든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기억하며 사는 걸까.
지나가다 들은 말 한마디,
괜히 마음에 걸린 표정,
이미 끝난 일에 대한 후회,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정작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데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마음속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 둔다.
그래서 밤이 되어도
마음이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허우통의 고양이들은
아마 이런 식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햇볕이 좋으면 햇볕을 기억하고,
배가 고프면 먹이를 기억하고,
위험하면 그곳을 피하는 법을 기억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바람처럼 흘려보낸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 하루를 다 살았다는 얼굴로
아무 걱정 없이 잠든다.
허우통 골목에서
등을 말고 자는 고양이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기억이 너무 많은 동물인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가끔은
고양이처럼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오늘 하루에 필요한 것 몇 가지만
마음에 남겨 두고,
나머지는
조용히 내보내는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