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딸
오늘 딸이 그동안 방과 후 교실에서 배운 방송댄스 발표회가 있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딸은 친구들은 엄마 아빠 둘 다 온대! 우리는?
엄마만 올 거야?라고 희망찬 얼굴로 묻는다.
이번에는 아빠랑 같이 갈 거야! 당연히 다 가야지!!
금세 딸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지어진다.
딸의 공연을 보고 수업 참관을 하다가 사소한 일로 남편과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아이 앞에서는 안 싸우려고 하지만 또 감정이 격해지면 맘대로 되지를 않는다.
집에 돌아와서 티격태격하고 씩씩 거리고 있는데
딸이 다가와서 말없이 꼭 안아준다.
등을 토닥여 준다.
그 토닥임 속에 무수히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따뜻하고 화가 스르륵 한 번에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딸을 보며 미소를 지으니 딸이 내게 얘기한다.
엄마! 행감바 인사약 한번 해 보는 건 어때?
학교에서는 그렇게 하거든.
응? 그게 뭐야?
행: 행동 말하기
감: 감정 말하기
바: 바라는 점 말하기야
예를 들어서 설명해 줄게. 친구가 내 발을 밟으면
네가 내 발을 밟았어라고 행동을 먼저 말해
그래서 내가 많이 아팠어라고 내 감정을 말해
앞으로는 조금 조심해 줬으면 좋겠어라고 바라는 점을 말하면 돼
엄마가 행감바를 하면 내가 아빠한테 인사약을 하라고 할게!
인사약은
인: 인정하기
사: 사과하기
약: 약속하기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고 약속하면 돼
이렇게 한번 해봐!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아마 다른 날 이 얘기를 들었더라면 또 영혼 없이 그랬구나? 그런 거야?라고 의미 없는 맞장구만 쳤을 텐데
오늘은 이 말 한마디가 가슴속에 깊이 박히다 못해 후벼 파고 있다.
내가 애 만도 못하는구나.
매번 친구와 싸우지 않아요 를 가르치면서 정작 어른인 나는 별거 아닌 일로 싸우고 있다니
그리고 분명 딸이랑 공부할 때 친구에게 감정 말하기, 사과하기를 문제집에서 본 것 같은데
나야말로 죽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구나...
문제집은 신나게 풀고 정작 생활에 적용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우리 딸은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네
기특하고 고맙고 우리 딸이 너무 자랑스럽다.
오늘도 딸을 키우면서 또 하나를 배운다.
나는 딸을 키우고 딸은 나를 키운다.

2022년 11월 20일에 있었던 일 2025년 11월 9일에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