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공원묘지와 장례식장, 화장장, 유골을 모시는 봉안당(영락원)을 갖추고 있다. 좋은 시설 좋은 환경에 비용도 저렴해 해마다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용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부산시에서 이곳에 영락공원을 건립하려고 했을 때 지역 주민의 반대가 많았었다.
반대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 가지이다.
혐오 시설로 인해 집값이 내려간다는 것.
1980년대 서슬 퍼런 군부 독재 시대에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반대할 사회적 분위기도 아니었고,
또 반대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었다. 장례 차량이 동네를 거치지 않고 외곽도로를 개설해 들어가는 조건으로 부산 영락공원이 현 위치로 옮겨 왔다.
죽어서야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부산시민에게는 장례식장과 화장장 사용료가 타 시도 사용자보다 훨씬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유가족에게 혜택이 주어졌다.
2014년부터 상생 차원에서 인근 울산과 경남 지역 거주민에게도, 부산 거주자와 똑같은 사용료를 받고 있다.
도서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운동을 겸해 공원묘지 주변 길을 따라 산책을 한다.
처음에는, 공원묘지에서 산책을 한다는 게 어색하기도 했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익숙해졌다.
인간의 뇌 구조는 익숙하면 편안함을 느낀다.
질서 정연하게 누워 있는 묘지가 전혀 낯설지 않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금방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
산책로에 설치된 나무 의자에 앉아, 묘지를 내려다보며 나만의 명상 시간을 갖는다.
주위의 나무와 숲이 잘 정리되어 있고, 차량과 사람의 왕래도 드물어 좋아하는 음악과 새소리를 들으며 오랫동안 가을 햇살을 즐긴다.
오늘도 도서관에는 사오백 명의 산 사람이 생업에 뛰어들 준비를 한다.
도서관과 공원묘지는 걸어서 1분도 안 되는 거리이다.
그 1분이라는 시공간의 한쪽에는,
무한경쟁 사회에 내몰린 청년들이 불확실한 내일에 희망의 불을 켜고 늦은 시간까지 미래를 준비한다.
한쪽에는 잘 가꾸어진 정원수와 화려한 색깔의 각종 조화가 시간이 멈춘 듯 잠들어 있다.
한쪽은 혐오 시설이라 부르고, 한쪽은 문화 시설이라 부른다.
집값이 내려갈 우려가 있는 특정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 ‘지역이기주의’라고 한다.
영락공원묘지에 잠들어 계시는 분들도, 주어진 생을 나라와 민족을 위해 살다 가신 분, 지역 주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활동을 하신 분, 가족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다 간 평범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님도 계시고,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떠난 분도 계십니다.
2001년 일본 도쿄 지하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고 돌아가신 의인 이수현 님도 여기에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