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래서?'
한 친구가 은근히 돈 자랑을 하였다. 미리 사놓은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자산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그의 높은 판단력과 행운을 칭송하면서 부럽다고 말했다. 정말로 부러웠다. 내가 평생 동안 일해서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단 한 번의 투자로 단기간에 그렇게 많이 벌다니.
돈만 가지고 따진다면 나의 오랜 노고가 하찮게 보였다. 내 주변 사람들의 소득 수준을 생각해 보았다. 나와 엇비슷하였다. 나보다 조금 더 많거나 적었다. 자산의 차이가 오십 보 백 보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내 주변 사람들의 노고 역시 가벼운 것일까? 그런 생각에 거부감이 들었다. 내가 해 온 일 역시 돈만 가지고 셈할 수 없는, 그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돈을 많이 벌었다는 친구의 자산은 나의 몇 배나 될까? 두 배? 세 배? 아무리 많아도 열 배를 넘어설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그의 말과 얼굴에는 거만함이 잔뜩 배어 있었다. 상대적 우월감이 풍겼다. 그에게는 주머니에 든 돈의 양이 사람의 크기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가 나를 자신에 비해 아주 작은 존재로 여기는 것 같았다.
무엇이건 많이 소유할 경우, 그 소유물이 소유자를 구속하는 것 같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부모 형제 친구와 싸운다. 사람보다 돈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아버지의 임종 자리에서 상속을 놓고 자식들이 싸운다는 이야기는 흔하다. 돈뿐만 아니라 지위나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도 쉽게 교만해진다. 종교 권력자, 예술 분야의 문화 권력자의 말이나 얼굴에도 교만이 넘쳐흐른다.
그러면 나는 어떠한가? 나 역시 이런저런 경우에 교만한 마음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부끄럽게도 돈이건 지식이건 무엇이 되었건 간에 상대보다 조금만 더 많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교만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그 순간 나 자신이 천박해 보이고 혐오스럽다. 그럴 때면 내가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아는 것이 더 많다고? 그래서?'
'내가 가진 것이 저 친구보다 많다고? 그래서?'
내가 나에게 ‘그래서?’를 던지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교만이 수그러든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작고 작다는 것을 눈치챈다.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이 아닌가?
이 ‘그래서?’를 교만을 떠는 세상 사람들에게도 던져 보았다.
'네가 장관이라고? 그래서?'
'네가 재벌이라고? 그래서?'
'네가 글을 잘 쓴다고? 그래서?'
‘그래서?’는 차별하는 마음을 없애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