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두칠성, 북극성, 카시오페이아, 은하수, 백아...
하늘
땅
바다
그대로 머리 뉘여볼까요
내 몸을 아스팔트 바닥 위로
이제 내 시선은
하늘을 걷습니다
말복이 지났으니 이제 더위도 한 풀 꺾일까요, 라는 문장을 매듭짓기 어렵습니다. 무척이나 푹푹 찌는 이십오년 여름입니다. 올해는 구월도 덥답니다. 아주, 아주, 무척이나.
산, 계곡, 별,
우리 어디 멀리 떠나버릴까요.
밤하늘 심심하지 않은
그 곳으로
강원도 화천에 위치한 조경철천문대.
동서울터미널에서 표 하나 끊고 2시간이면 도착하는 광덕산. 마을 정류장으로부터 걸어서 1시간, 차로 15분이면 도착하는 천문대. 운이 좋아 펜션 사장님께서 차를 태워주셔서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여름과 겨울 별자리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은. 여름에 특히나 별이 흐드러지게 많다는데 있겠군요.
우리 별 보러 갈까요,
일단 도시 밖으로 도망쳐 봅시다.
은하수
여름 밤하늘의 은하수 보는 법을 알려드리지요.
아스팔트 바닥에 내 몸 꼭 붙여봅니다, 머리 뉘우고, 눈을 감으세요.
눈을 다시금 뜨면
별이 흐르는 어느 한가운데 즈음 뿌연 무연가가 흩어져 있지요.
네, 당신은 드디어 은하수를 찾으셨습니다!
북극성
이제 방향을 한 번 잡아볼까요?
국자 모양 하나 잡아봅시다.
네, 북두칠성입니다.
국자의 가장 끄트머리 별 두개를 잡아볼까요. 그 두 별 사이의 간격만큼 다섯 번을 더 멀리 봐봅시다. 자, 이제 별이 하나 보일겁니다. 찾으셨나요? 네, 그게 북극성이에요. 생각보다 그리 밝지는 않지요? 근데 왜 이리 유명해졌을까요?
그야, 이 녀석은 영원히 북쪽을 가리키는 별이니까요!
막상 찾으니 별 거 없지요?
우리는 몇십억년 지구의 찰나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에요
그러니 너무 욕심 부리지 말아요
해설 중 들었던 대사 하나. 우주의 역사는 커녕 지구의 역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인간들이 툭 던져진 별 위에서 의미도 없는 몸부림을 치면서 살아가는데요. 아득하게 쏟아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산다는게 다 덧없고 허무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하기 짝이 없고, 그래요.
그럼에도 우리는 허무와 공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건실하게 살아가야만 합니다.
우리가 찰나를 살아간다는 건
마주하는 인연들 모두 귀한 손님 대하듯 마주하라는 뜻입니다.
자연 아래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자연이 명하는 인간의 직업은 오직 인간
그러니 삶을 항해하는 동안 우리는 기를 쓰고
세상의 진리 내지는 지혜를 배우기 위해
부지런히 떠돌아야만 합니다
실컷 나태하고, 게으르고, 성실하고, 근면하게
살아가야만 합니다.
사장님 덕에 안전하게 천문대에 다녀오고, 또 별도 잔뜩 볼 수 있었으니 이 펜션 소개라도 해서 답례해야죠. 덕분에 잘 쉬다 왔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탁 트여 있지요?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 광덕산 정류소에서 내립니다. 그리고 언덕을 20분 정도 오르면 계곡 하나를 낀 펜션이 하나 나옵니다. (사실 저희는 사장님께서 차로 펜션까지 태워주셨습니다..!!)
가장 꼭대기에 있어 계곡 물도 맑습니다.
펜션에서 어디 멀리 돌아다닐 필요 없어요.
이 곳에서만 머물러도 충분합니다.
화천의 아침 소리는 고요합니다. 색도 차분하고요. 볕 하나 걸치고, 걸음 하나씩 옮길 때마다. 여름 그늘이 옅게 어른거립니다. 어제 떴던 별들은 모두 어디로 흩어졌을까요? 어디로 스러져 버렸을까요?
한 번 잡으러 가봅시다.
카메라 하나 잡고
피사체
하나
둘
포착하러 가봅시다
마침표는 잠시
치워두지요
아무 생각하지 말아요
별은 모두 저 계곡에 떨어져 있었네요,
하늘을 걸어봅니다
하늘 아래를 걸어봅니다.
발걸음 바삐 움직이며 흘러갑니다
시간에 몸 뉘여 흘러가봅니다.
삶을 살아가는 뭐든간에
내 삶에 애정이 있어야만 합니다.
부디 허무와 공허의 유혹에 속지 마십시오
이따금 밀려와도 정신차리면 그만입니다
그 위에 무엇이 있느냐 이전에
내 의지가 닿을 수 있는
지금 바로 여기
그 찰나를 먼저 사랑하십시오.
스물다섯의 다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