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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갈라파고스를 걷다

인천 굴업도가 한국의 갈파고라스라 불리는 이유

by 여담

서울에서 배로 단 하루면 닿을 수 있는 곳, 그러나 그 풍경은 전혀 다른 세상.

굴업도는 낯설 만큼 순수하고, 고요한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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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갈라파고스’라는 별명을 가진 이 섬은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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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이름은 ‘업(業)’에서 왔다. 마치 사람이 엎드려 일하는 듯한 지형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름조차도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 섬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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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는 인천에서 출항하는 섬 여행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한 번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생 여행지’로 회자된다. 평소엔 쉽게 접할 수 없는 자연과 마주하고, 적당히 걷고, 잘 쉬는 그 모든 시간이 여행으로 채워지는 곳이다.



배를 타는 순간부터, 굴업도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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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굴업도에 가기 위해선 인천항에서 덕적도를 거쳐 다시 한 번 배를 타야 했지만, 최근엔 인천항에서 굴업도까지 바로 가는 직항 노선이 생겼다. 생각보다 더 가까워진 거리 덕분에 주말 1박 2일 여행으로도 충분한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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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으로도 갈 수 있지만, 처음이라면 왕복 배편과 숙박, 네 끼 식사, 트레킹 인솔까지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추천한다. 약 20만 원 내외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처음 접하는 굴업도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이다.



초록 능선을 따라 걷는 첫날의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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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날,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굴업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점심 식사. 바다를 건너 도착한 섬에서의 첫 식사는 생각보다 더 맛있다. 그리고 이내, 굴업도의 대표 트레킹 코스인 개머리 언덕으로 향한다. 초록의 언덕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면 어느새 시야에 바다가 탁 트이고, 바람은 생각보다 더 부드럽다.


날씨가 맑은 날엔 일몰과 별 구경도 가능한데, 이곳의 해 질 녘은 정말이지 말이 필요 없다. 바다 위로 떨어지는 노을빛과 별 하나둘 뜨기 시작하는 밤하늘은, 그 순간만으로도 굴업도에 온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굴업도 밥상, 고요한 섬에서 만나는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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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굴업도 내의 오래된 민박집, 장할머니 민박에서 진행된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전통 백반 스타일로, 네 끼 모두 정갈하게 차려진다. 다양한 반찬과 바뀌는 메인 요리, 국까지 곁들여져 어느 한 끼도 허투루 느껴지지 않았다. 섬이라는 특성상 재료 수급이 쉽지 않을 텐데도, 따뜻하고 알찬 밥상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어준다.


트레킹으로 잔잔하게 피로가 쌓인 몸을 어르듯, 잘 먹고 잘 자는 이 루틴 덕분에 진짜 힐링이 뭔지 실감하게 된다. 숙소에 돌아와 창문을 열고 조용한 섬의 바람을 맞는 순간, 이곳이 잠시 빌린 집처럼 느껴진다.



둘째 날,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선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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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가볍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굴업도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 연평산 또는 덕물산 트레킹이 예정돼 있다. 길지 않은 코스를 따라 오르다 보면 굴업도의 진짜 매력이 펼쳐진다. 정상에 도착하면 눈앞에 나타나는 풍경의 에메랄드빛 바다는 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이다.


트레킹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코스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누구에게나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트레킹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다시 인천항으로 돌아오는 여정은 아쉽지만, 굴업도에서의 시간은 그 짧은 하루 반나절만으로도 꽤나 묵직하게 남는다.



낯선 섬에서 만난 조용한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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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는 장비 없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섬이다. 백패킹이 없어도, 무거운 짐이 없어도, 단지 ‘걷고 쉬고 먹는 일’만으로 충분한 섬. 작은 마을을 걷고, 코끼리 바위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그 자체로 풍경이 되는 순간들이 여행을 만들어낸다.


도시의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굴업도는 그런 여유를 허락하는 섬이다.


이번 주말, 특별하지 않은 듯 특별한 곳으로 떠나고 싶다면, 굴업도를 기억해보자.

가까운 바다 건너, 당신의 인생 여행지 굴업도가 기다리고 있다.


by 여담 서포터즈 3기 홍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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