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 북쪽 관광지 추천!
화려한 타이베이 도심을 벗어나 조금만 북쪽으로 향하면 여행의 속도가 훨씬 느려진다.
오래된 마을, 비밀스러운 정원, 유황 연기에 가려진 산자락, 그리고 바람만 스치는 해안길까지. 북부 대만은 번쩍이는 관광지보다 ‘살아 있는 이야기’를 품은 공간들이 꽤 많다. 이번 호에서는 그중에서도 로컬들이 아끼는 다섯 곳을 골라 소개한다.
1. 권촌(眷村)ㅣ대만 현대사의 흔적을 품은 생활 마을
1949년, 국민당 정부와 함께 대만으로 이주한 외성인 군인과 가족들을 위해 지어진 집단 주거지. ‘돌볼 권(眷)’과 ‘마을 촌(村)’을 합친 이름처럼 누군가의 삶을 보듬어온 공간이다.
지금의 권촌은 단순한 오래된 마을이 아니다. 도슨트와 함께 골목을 걸으며 당시의 생활상을 듣는 순간, 여행자가 아닌 관찰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곳곳에 자리한 로컬 식당도 매력적이다. 특히 “현지인도 길을 잃는다”는 전설의 타이베이 우육면 맛집이 숨어 있어 식도락 코스로도 손색없다. 생활용품을 파는 작은 가게까지 있어 마을 자체가 작은 생활 박물관 같은 느낌을 준다.
2. 양명서옥(陽明書屋)ㅣ양명산 속 조용한 정원
양명산 투어와 함께 묶여 종종 지나치기 쉬운 공간이지만, 알고 나면 꽤 흥미로운 곳이다.
중국식 정원 양식을 따르는 2층 건물로, 예전에는 ‘중흥호텔’이라는 이름으로 귀빈을 모시던 장소. 지금은 외부 투어가 제한돼 영상 설명과 전시로 대체되지만, 내부를 직접 보지 않아도 건물과 정원의 분위기만으로도 고즈넉한 멋을 느낄 수 있다.
1970년에 지어진 이곳은 휴양 정보, 모형 전시, 관광 해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잠시 쉬어가기 좋은 정원 같은 공간이다.
3. 소유갱 휴양지(小油坑遊憩區)ㅣ유황 연기 사이로 걷는 산책
유황 전망대로 유명한 소유갱은 양명산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 산자락 곳곳에서 유황 온천이 분출되고 땅 밑에서 하얀 연기가 올라오는 모습은 대만의 화산지형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준다.
날씨가 좋은 날엔 산에 안개가 깔리고, 도심에 비가 오면 오히려 산 위는 맑다는 역전 현상도 재미있다. 코를 톡 쏘는 유황 냄새 덕분에 ‘지금 화산 지대에 와 있다’는 실감이 난다.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가 많아 자연을 가깝게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 추천.
4. 스먼동(石門洞)ㅣ파도가 깎아 만든 아치의 절경
대만 북해안을 따라 달리다 보면 돌연 나타나는 거대한 바위 아치, 스먼동. 해수 침식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이 아치는 대만 여행 사진에서 자주 보이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해변가 도로 옆에 바로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옆에는 작지만 잘 정돈된 공원과 화장실도 있다. 주말이 되면 바닷바람을 느끼러 나온 대만 현지인들로 가득해 한적한 로컬 휴양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5. 푸구이자오 등대(富貴角燈塔)ㅣ대만 최북단에서 맞는 바람
대만의 가장 북쪽 끝. 푸구이자오 등대는 북해안의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산책 명소다. 바다와 평탄한 해안길이 이어져 있어 가볍게 걷기 좋고, 특히 4~5월에는 주변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겨울에는 북동계절풍의 영향으로 풍식석 지형이 발달해 독특한 지질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팔각 형태의 흰 등대는 사진으로도 담기 좋은 아이콘 같은 존재. 등대까지는 도보로 약 20분 정도라 산책하기에 적당한 거리다.
대만 북부, ‘정답 없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관광지다운 화려함보다는 오래된 이야기, 자연의 변화, 로컬의 생활 방식에 가깝게 다가가는 여정. 이번 2탄의 다섯 곳은 여행자에게 부담 없이 열려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대만의 결’을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공간들이다.
다음에 타이베이 북쪽으로 하루 여유가 생긴다면,
이 조용한 명소들을 지도에 살짝 표시해두길.
대만의 또 다른 매력이 한 페이지씩 넘겨지듯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