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도심 뒤에 숨은, 타이베이의 진짜 얼굴을 찾아서
화려한 네온사인과 101타워의 실루엣으로 대표되는 타이베이.
하지만, 도시의 중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다른 속도로 흐르는 타이베이를 만날 수 있다.
오래된 시간을 품은 거리, 역사가 깃든 공간, 그리고 여행자에게 잠시 쉼을 허락하는 강변까지.
이번 여정은 ‘숨은 타이베이’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잉거 도자기마을 鶯歌陶瓷老街
타이베이역에서 기차로 약 30분.
창밖으로 도시의 건물들이 점점 낮아질 때쯤,
200년이 넘는 도자기 역사를 품은 마을 ‘잉거’가 모습을 드러낸다.
거리 곳곳에는 도자기 공방과 상점이 이어져 있고, 장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찻잔과 접시가 전시되어 있다. 단순한 기념품 이상의 작품들이 진열된 가게들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손에 하나쯤은 들고 있게 된다.
마을 중심부에는 대만에서 손꼽히는 ‘잉거 스타벅스’가 자리하고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도자기의 질감과 사람들의 일상이 어우러진 이곳은 타이베이의 공예 문화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원산 비밀통로 圓山密道
화려한 원산대반점 호텔 아래에는 대만의 근현대사를 품은 지하 통로가 숨겨져 있다. 식민지 시절, 대만신사터와 연결되었던 이 통로는 냉전기 방공 목적으로 활용되었으며, 지금은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길이 67m의 콘크리트 통로에는 84개의 계단과 43개의 방폭등이 설치되어 있다. 투어는 숙박객이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으며, 도슨트 해설과 함께 한국어·영어·일본어 송수신기가 제공된다.
조명 아래 드러나는 회색 벽면을 따라 걷다 보면, 눈앞의 공간이 단순한 지하 통로가 아니라 ‘시간의 흔적’임을 실감하게 된다.
임안태고조 林安泰古厝
타이베이 시립미술관에서 동쪽으로 약 600m 떨어진 곳, 조용한 언덕 아래 자리한 임안태고조는 청나라 시기 복건성 출신 상인 ‘린안타이’ 일가의 저택이다.
1987년 현 위치로 이전·복원된 이곳은 중국식 기와와 정원, 연못이 조화를 이루며 전통 주거의 정수를 보여준다. 고풍스러운 기둥과 툇마루, 자연광이 스며드는 안뜰은 대만 현지에서도 웨딩 스냅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적 건물들 사이에서 오롯이 과거의 숨결을 간직한 이 공간은 잠시 타이베이의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중샤오 부두 忠孝碼頭
신베이시 산충구의 강가에 자리한 중샤오 부두는 타이베이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장소다. 강 건너편으로는 다다오청 선착장이 마주 보이고, 두 부두를 오가는 유람선은 도심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낮에는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현지인들로, 해 질 무렵이면 노을빛에 물든 101타워의 전경으로 여행자들로 붐빈다. 유람선 투어를 이용하면 강을 따라 이어지는 도시의 풍경을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다.
조용하지만 시선을 머물게 하는 이곳은, 타이베이의 하루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순간을 담기 좋은 명소다.
도심의 북적임 뒤에는, 여전히 숨 쉬는 오래된 타이베이가 있다.
화려함이 아닌 ‘결’로 기억되는 여행 .
그 진짜 타이베이는 어쩌면 이런 곳들 속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