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거리》

20편 - 진심은 물음에서 시작됩니다.

by 정성균

배려인가, 간섭인가?

"그냥 네가 편할까 봐." 이 말은 때때로 의도와 달리 불편함을 낳는다. 상대를 위한다는 마음이었지만, 정작 나의 속내를 묻고 지나친 경우가 많다. 타인을 헤아리는 마음은 따뜻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방향과 무게가 존재한다. 한쪽의 생각과 선의만 담긴 친절은 때때로 상대에게 간섭으로 느껴지거나,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어떤 행동이든 진심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그 안에 상대의 감정과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는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 말없이 건넨 호의일지라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 느껴질지를 먼저 떠올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의 기준만으로 타인의 필요를 짐작하고 움직이는 순간, 관계는 서서히 엇갈릴 수 있고, 그 틈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깊어지기도 한다.


오래전, 한 모임에서 늘 분위기를 먼저 챙기던 지인이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커피를 내오고, 말이 없는 사람에게는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며, 모두에게 '다정한 사람'으로 인식되었지. 그의 행동에는 분명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을 거다. 그러나 어느 날,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고맙지만 가끔은 부담돼. 조용히 있고 싶을 때도 있는데, 미안해서 그러질 못하겠어." 이 말을 들은 지인은 잠시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나 역시 그 옆에서 그 순간을 지켜보았고, 그 장면은 유난히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누군가를 위한다는 이유로 앞서 나간 손길이, 오히려 그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닫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는 마음을 건네는 일이 행위가 아닌, 상대의 현재 상태와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복합적인 소통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좋은 의도로 타인을 돕지만, 그 방식이 타인의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부담을 줄 때,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 장면은 나에게도 과거의 한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한동안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지. 그는 내가 나서기 전에 먼저 일을 정리해주고, 때로는 나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대신 결정을 내려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의 행동이 편하고 고마웠다. 나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그의 친절 덕분에 많은 것이 수월해지는 듯했지.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는 관계 속에서 '조연'이 된 것 같은 미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 그가 "너는 이런 걸 좋아하잖아"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할 때, 그의 말은 내 앞에 선을 긋는 것처럼 들렸다. 나의 취향과 선택의 폭을 미리 한정 짓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세심하게 조심해야 하는 말과 행동이 존재한다. 아무리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았다 하더라도, 그 마음이 전달되는 방식이 어긋나면 오히려 타인에게 상처나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이는 관계의 역동성에서 비롯된다. 한쪽의 일방적인 친절이 지속되면, 타인은 점차 수동적인 위치에 놓이게 되고,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잃게 된다. 이는 결국 관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깊은 신뢰를 쌓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진정한 타인을 헤아리는 마음은 상대를 '보호'하거나 '지배'하려는 의도가 아닌, '존중'하고 '지원'하려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최근에 겪은 또 다른 사례를 이야기해 볼까 한다. 나는 어떤 프로젝트에서 팀원들에게 자율성을 강조하는 편이다. 그런데 한 팀원이 마감 기한을 앞두고 밤늦게까지 홀로 남아 작업하는 것을 보았다. 안쓰러운 마음에 퇴근길에 그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으니, 오늘 작업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들어가라"고 말했다. 다음 날, 팀원은 나에게 감사를 표하면서도 미묘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팀장님 덕분에 일찍 퇴근했지만, 사실 마무리해야 할 부분이 조금 남았었거든요. 제게 먼저 물어봐 주셨다면 좋았을 텐데요." 순간 나는 나의 선의가 오히려 그의 책임감을 훼손하고, 스스로 완수할 기회를 빼앗았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좋은 의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일방적인 행동이었던 셈이다.


묻는 손길, 기다리는 마음

상대를 헤아리는 일은 홀로 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되는 섬세한 관계 맺음의 방식이다. 타인이 진정으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묻고, 그 대답을 경청하며, 필요하다면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그 마음이 온전히 따뜻하게 전해질 수 있다. 내 생각에 '이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단정하고 행동하는 '무심한 손길'은 때때로 나의 감정이 중요치 않다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너에게는 이게 더 좋을 거야"라는 한마디는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넘겨짚는 말로 들릴 수 있으며, 이는 타인의 주체성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나는 타인을 헤아리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그 온도가 달라지고, 같은 행동이라도 '어떤 시선으로 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마음에 닿는 결이 달라진다. 이러한 마음을 건네는 태도는 친절을 베푸는 것을 포함한다. 그것은 타인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려는 공감 능력, 그리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를 요구한다. 배움의 과정은 시행착오를 수반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는 성숙하고 깊이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며칠 전, 아내와 마트에 들렀을 때의 일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내가 피곤한 얼굴로 유제품 코너 앞에 멈춰 서서 한참을 머뭇거리고 있었지. 그때 아내가 아무 말 없이 늘 마시던 브랜드가 아닌 다른 우유와 요구르트를 장바구니에 담더니, '그만 가자'고 말했다. 나는 순간 다른 브랜드 제품에 눈길이 갔지만, 굳이 "이건 뭐야?" 하고 묻기가 애매해서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마트를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말했다. "미리 골라봤어. 당신이 힘들어 보이길래." 아내의 말에서 나를 헤아리는 따뜻한 마음이 분명 느껴졌다. 그런데도 고마움보다 먼저 든 감정은 의외의 씁쓸함이었다. '내가 직접 고를 기회를 놓친 것 같다'는 아주 사소하지만 묘하게 불편한 감정이었다.


그 감정은 며칠 동안이나 내 마음에 남아 나를 숙고하게 했다. 왜 그렇게 사소한 일로 내 마음이 복잡하게 헝클어졌을까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지. 어쩌면 내가 타인을 헤아리는 일을 '상대가 나를 위해 미리 해주는 편리한 일'이라고 너무 단순하게 여겼기에, 오히려 관계에 틈이 생긴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나의 자율적인 선택을 잃었다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무심한 손길은 빠르고 선의로 가득하지만, 묻는 손길은 느리고 헤아림받는 이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건네는 태도는 의도치 않게 타인의 주체적인 영역에 대한 간섭으로 해석될 여지가 항상 존재한다. 특히 가까운 관계에서는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무심한 손길'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관계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소통의 시작, 그리고 진정한 연결

그러나 참 묘하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나, 결국 마음에 깊이 남는 것은 거창한 말이나 행동이 아닌 '태도'였다. 어떤 이는 말수가 많지 않았지만, 늘 조용히 물었다. "괜찮으세요?" "혹시 불편하진 않으세요?" 이렇게 짧은 말에도 자신의 진심과 타인에 대한 깊은 존중을 실어 건네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 곁에 있으면 마음의 경계심이 스르르 내려앉고, 나의 말투도 자연스럽게 부드러워졌다.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그 태도만으로 충분히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지.


이는 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나'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너' 중심의 사고를 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내가 좋다고 믿는 방식이 타인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내가 편하다고 느끼는 것이 타인에게는 불편함이나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기억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사람 사이의 온도는 이러한 사소하고 미묘한 감각에서 달라진다. 타인의 페이스에 맞춰 말을 늦게 해도 괜찮다. 하지만 그 말이, 타인의 마음과 필요를 향해 가고 있다는 기본적인 감각만은 잃지 않았으면 한다. 미묘한 차이가 관계의 질을 결정하고, 사람들 사이에 진정한 연결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오늘은 타인을 헤아리는 마음을 꺼내기 전에 신중하게 되뇌어 본다.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혹시 너는 어떻게 생각해?" 타인에게 직접 묻는 그 순간, 관계는 수평적이고 평등해진다. 그리고 그 평평한 관계 안에서 상대의 마음은 조심스럽게, 그러나 온전히 열릴 준비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헤아림이 나의 일방적인 마음이나 선의를 전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마음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이는 자기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의 존재를 온전히 인식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과정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타인을 헤아리는 마음은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았다. 소박했지만 나의 마음에 깊이 울림을 주었던 경험이었지. 한 후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선배님, 요즘 혹시 좀 어떠세요?" 그 질문에 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오랫동안 누군가가 나의 업무나 계획이 아닌, '나라는 사람의 감정'을 물어준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타인과의 대화는 주로 업무적인 내용이나 일반적인 안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 하지만 그 후배의 질문은 나, 나 자신의 내면과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 짧지만 진심 어린 질문이 오랫동안 나의 마음에 남아 나를 위로하고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또 하나의 기억이 떠오른다. 몇 년 전, 나는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식사를 했다. 그는 사업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나는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주고 싶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지. 그러나 그가 갑자기 내 말을 끊으며, "아니, 그런 사업적인 이야기 말고. 요즘 너는 좀 어때? 사는 게 괜찮냐고." 라고 물었다.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그의 시선에서 진심 어린 염려가 느껴져 목이 메었다. 내가 그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큰 마음은, 그저 그의 말을 듣고 그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그 질문 하나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날 이후 우리는 사업적인 조언을 넘어선 깊은 유대감을 나누게 되었다.


결국, 존중하는 마음

결론적으로, 타인을 헤아리는 마음은 기술이나 매뉴얼이 아니다. 그것은 근원적으로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며, '내가 아닌 너를 중심에 두려는 감각'이다. 이 감각이 살아있을 때, 우리는 누구에게도 무심하지 않게 다가설 수 있지만,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조용히 다가설 수 있다. 진정으로 타인을 헤아리는 마음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의 독립적인 감정과 선택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

타인을 헤아리는 마음은 서로를 향한 작은 움직임이다. 말보다 먼저 움직이는 부드러운 손길, 타인이 의식하지 못할 때 조용히 채워주는 물컵, 잠깐의 눈맞춤 안에 담긴 확인. 우리가 관계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사소한 온기들이다. 이러한 온기는 복잡한 언어 없이도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힘을 지닌다. 타인을 헤아리는 마음은 일방적인 친절이 아니다. 또한 '나는 타인을 잘 알고 있으니 괜찮다'는 오만이나 단정적인 태도도 아니지. 그것은 함께 살아가고 소통하는 방식이며, 다른 리듬과 속도를 가진 두 마음 사이에 조화롭게 이어지는 다리와 같다. 이 다리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며 함께 나아갈 수 있다.

어느 날, 누군가가 자신 있게 말했다. "내가 너를 생각했으니까 이렇게 한 거잖아." 그러나 이제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만약 그가 정말 나를 생각했다면, 그 행동을 하기 전에 나의 마음과 의견을 먼저 물었을 것이라는 것을. 진정한 타인을 헤아리는 마음은 '묻는 데서' 시작된다. 수많은 경험과 성찰을 통해 나는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행동을 하기에 앞서 조심스럽게 되묻는다. "혹시,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그리고 그 대답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준비를 한다. 타인의 응답을 기다리는 그 기다림조차, 이제는 하나의 깊은 마음을 건네는 태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이 배움의 과정은 관계를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며, 사람 사이의 온도를 따뜻하게 지펴줄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건네받고 싶었던 순간, 내가 진심으로 원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