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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빛나는 청춘은 아직 오지 않았다

by 정성균

"청춘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 사람은 세월만으로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¹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이마에는 선이 새겨지고 머리카락은 희끗해진다. 시간의 자연스러운 흔적이다. 사람들은 종종 증명서 속 숫자로 청춘의 소유를 확인하고, 그 숫자가 커짐에 따라 젊음이 떠나갔다고 단정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의 생기가 종이 위의 숫자에 갇혀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여든의 나이에도 소년처럼 눈을 빛내며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노신사의 열정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스무 살의 나이에 세상 모든 일에 무감각해진 청년의 공허한 눈빛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내 마음속에 잠든 아이를 깨우다


생동감 넘치는 하루하루의 참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은 우리 존재의 깊은 곳으로 향하는 길과 같다. 그곳에서 우리는 발견한다. 젊음은 피부의 탄력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가깝다. 몸의 힘보다 마음의 숨결에서 비롯된다. 숨이 살아 있는 정신의 중심에는 결코 잠들지 않는 ‘내면의 아이’가 살고 있다. 세상 모든 것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던 아이. 상처 나기 쉬운 무릎으로도 넘어짐을 두려워 않고 다시 일어나 흙을 툭툭 털어내던 존재. 그 순수한 힘이 우리 안의 생기를 일으킨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어른이 될 것을 강요한다. 책임감, 효율, 이성. 이 차가운 단어들 아래 감성과 직관, 순수한 놀이의 즐거움은 종종 뒤로 밀려난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속 아이를 어두운 다락방에 가두어 버린다. 그러나 그 아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문득 길가에 핀 들꽃에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감성, 낡은 일기장 첫 페이지의 어설픈 시구를 보며 나도 모르게 그 뒷이야기를 펜으로 이어가게 하는 충동 또한 내면의 아이에게서 온다.


나 또한 얼마 전, 창고 깊숙이 넣어둔 낡은 상자를 열었다가 손때 묻은 만화책 몇 권을 발견했다. 무심코 한 장 넘겼을 뿐인데, 나는 어느새 이야기 속 주인공과 함께 웃고 울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오후의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어른의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외투를 잠시 벗어던진 그 순간의 자유로움. 다락방에서 빛바랜 곤충도감을 펼쳤을 때, 이름조차 잊었던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그 벅찬 순간. 모두 그 아이가 보내는 신호다.


그 아이와 다시 손을 잡는 일이 생기를 되찾는 첫걸음이다. 나이의 무게에 짓눌려 우리가 잊고 지냈던 그 목소리에 다시 귀 기울일 때, 우리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한다. 새로운 생각에 귀를 열고, 다른 관점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어제의 자신을 뛰어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적인 목마름은 우리 영혼이 보내는 생생한 외침과 같다.


시간과 춤을 추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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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상담가로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기록해 나가고 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이를 통해 깊이 있는 사유와 글로 표현하며 교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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