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밤하늘에 새긴 별자리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본 적 있는가. 그 칠흑 같은 캔버스 위에서 빛나는 별들은 어김없이 질문을 던진다. 저 영겁의 시간 속에서 찰나를 머무는 한 존재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그 광막한 거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스스로를 느끼면서도, 기이하게도 그 빛의 일부가 내 안에 흘러들어와 연결되어 있다는 경이로움에 휩싸인다. 인간은 이 장엄한 모순 속에서 살아간다. 유한한 육신으로 무한을 꿈꾸고, 소멸할 운명 앞에서 영원을 갈망한다.
이 글은 밤하늘을 항해하는 한 여행자의 기록이다. 내면의 우주를 탐사하며 '나'라는 별의 빛과 어둠을 마주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망원경의 각도를 조정하며, 마침내 존재가 왜 빛나야 하는지와 그 빛이 사그라든 뒤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별빛의 언어로 써 내려가고자 한다.
사람의 내면에는 하나의 우주가 있다. 그 중심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 곧 '진정한 자아'가 자리한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강력한 중력,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자존심'이라는 블랙홀 또한 도사리고 있다. 자존심은 때로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방패가 되지만, 그 인력이 너무 강해지면 내면의 광원마저 빨아들여 성장을 멈추게 하는 암흑이 된다.
삼국지의 조조는 누구보다 밝게 타오르던 항성이었다. 그의 자부심은 오만함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것은 신들이 침묵하는 혼돈의 시대에, 오직 인간의 의지로 질서를 세우고자 했던 고독한 책임감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의 눈에는 대의나 명분이라는 허울 좋은 별무리 대신, 현실이라는 차가운 진공만이 비쳤다. 그 냉혹한 현실 인식은 그를 가장 효율적인 통치자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그의 내면에 타인이 깃들 공간을 소멸시키는 공허를 키웠다. 천하를 손에 쥘수록 그는 누구도 믿지 못하는 외로운 별이 되어갔다. 적벽의 밤, 그의 성좌가 빛을 잃은 것은 과신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가장 뜨거운 열망이 가장 차가운 방식으로 표출될 때 발생하는 필연적인 자기 파괴이자, 고독의 무게가 스스로를 붕괴시킨 비극이었다.
반면 유비는 스스로의 광채가 미약함을 알았기에, 기꺼이 다른 별들의 빛을 끌어당겨 '촉'이라는 아름다운 성단을 이루었다. 그의 인의(仁義)는 순수한 이상이었을까, 아니면 난세의 짐승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정교한 생존 전략이었을까.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그는 '인간다움'이라는 가치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알았고, 그 이상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고뇌해야 했다. '덕'이라는 가면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밤을 피눈물로 지새웠을까. 그의 겸손은 자존심의 부재가 아니라, 더 큰 명분이라는 인력을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당기기 위한 처절한 자기 통제였다. 그는 가장 인간적인 군주였기에, 가장 비정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마다 깊은 어둠 속을 헤매야 했다.
나 또한 얼마나 많은 밤을 타인의 '좋아요'라는 인공위성의 불빛에 의지해 나의 항로를 정하려 했던가.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자기애라는 이름의 고치 안에 갇혀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능력을 잃어간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출된 자아와 고요한 내면의 본질 사이의 간극이 멀어질수록, 수많은 연결의 알림 속에서 가장 선명한 고독을 느끼고 내면의 소리가 메아리 없이 사라지는 듯한 공백과 마주한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죽음을 향한 존재'임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주어진 시간이 유한함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타인의 시선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이 시간 동안 어떻게 나만의 빛으로 연소할 것인가'라는 가장 진실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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