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시간을 품어내는 법, 그리고 그 위에 서는 마음
우리는 흔히 과거를 '이미 지나간 일'이나 '뒤에 남겨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과거는 다르다. 지금도 내 ‘안’을 흐른다. 마치 몸속에 거대한 강이 흐르는 것처럼. 그 물길 속에는 반짝이는 성공의 순간도 있지만, 실패했던 순간의 아프고 무거운 기억들도 함께 섞여 있다. 이 둘은 따로 떼어낼 수 없다. 그것이 바로 나의 역사이고, 지금의 나를 이룬 강이다.
과거라는 물길은 어떤 날은 잔잔하게 나를 위로하지만, 어떤 날은 거친 급류가 되어 나를 힘들게 한다. 우리는 이 강을 어떻게 건너야 할까? 물살에 휩쓸려 허우적댈까? 멈춰 설까? 혹은 흐름을 딛고 반대편 기슭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과거는 강이다, 나는 그 강을 건넜다.' 이 말은 내가 내린 결론이자,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던지는 질문이다.
기억은 오래된 앨범 속 사진처럼, 한 번 찍히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살아 있는 생물처럼, 떠올릴 때마다 달라진다. '지금의 나'라는 안경을 쓰고 과거를 다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제는 그렇게 슬펐던 일이 오늘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고, 사소했던 순간이 문득 소중해진다.
흘러간 날들이 고정된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그것이 '계속해서 고쳐 쓰는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나는 지금 나의 시간을 어떤 이야기로 쓰고 있을까? 그 이야기는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까, 아니면 주저앉게 할까?
누구에게나 그때의 시간은 존재한다. 태도가 삶을 바꾼다. 어떤 사람에게 과거는 자신을 휩쓸어가는 급류가 되거나, 한 곳에서 뱅뱅 돌게 만드는 소용돌이가 된다. 반면 어떤 사람은 그 강바닥에서 단단한 주춧돌을 건져 올려, 오늘을 살아갈 집을 짓는 데 쓴다. 모든 차이는 이 '태도'에서 비롯된다. 과거의 흔적을 무거운 짐으로만 여기면 주저앉게 되고, 소중한 자산으로 다루면 삶은 다시 이어진다.
기억은 흘러가지만, 의미는 남는다.
흐름이 지나간 자리에서 해석이 남는다.
오래된 상처의 흔적은 마치 차가운 물처럼 발목을 붙잡는다. 불안감은 그 상처를 먹고 자라나, 비슷한 상황만 닥쳐도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이런 감정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결국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한다.
지나간 성공의 기억도 마찬가지다. 그 빛나는 순간에만 머무르려는 사람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게 된다. 머무름은 곧 뒤처짐이다. 특히 '지나간 행복'은 상처와는 다른 교묘한 덫을 놓는다. 상처는 언젠가 아물지만, 찬란했던 시절의 영광은 지금의 나를 초라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그걸 '향수'라고 부른다.
향수는 달콤한 이불이다. 그 이불에 머무르면 직면의 용기를 잃는다. 그 물길은 따뜻하게 느껴졌지만, 사실은 우리를 현재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위험한 물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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