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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수보다 마음의 연결이 더 중요하다

- 관계의 깊이를 잃지 않으려는 한 사람의 기록 -

by 정성균

깊은 밤, 손 안의 기기에서 흘러나온 창백한 불빛이 방 안을 조용히 감싼다. 무수한 알림과 대화 목록을 확인 후 기기를 내려놓았을 때, 손바닥에 남아있는 차갑고 네모난 감촉은 역설적으로 거대한 소통망 속의 고독을 상기시킨다. 단체방에는 농담과 사소한 정보들이 쉴 새 없이 쌓여 숫자가 올라간다. 손끝은 차갑지만, 부지런히 움직여 성의 있는 이모티콘과 답장을 보낸다. 생일 축하 메시지와 기념일의 '좋아요' 표시가 폭포수처럼 쏟아지지만,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드는 순간 텅 빈 정서만이 밀려든다.


눈은 수많은 빛과 정보에 고갈을 느낀다. 넘쳐나는 이름들, 인사와 칭찬 속에, 내면의 심오한 영역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소통은 과연 몇이나 될까. 접속의 물결이 범람하는 이 세상을 살아가며, 나는 가장 외로운 생각을 품는다. 이어짐의 양적 팽창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외부로만 향하게 했다. 넓게 뻗어 나간 심상의 고리는 팽팽한 장력만 남기고 이내 끊어지기 쉬운 상태가 되었다. 넓은 바다 한가운데 홀로 떠 있는 작은 배가 된 듯, 수많은 파도에 둘러싸여 있지만 여전히 나 홀로 물결 위에 있다는 자각이다. 넘실대는 만남 속에서,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가닿는 단 하나의 정서적 닿음을 놓치지 않으려는 조용한 관찰의 기록이다.


숫자가 많아질수록 내면의 자리는 좁아진다


인간은 무리 속에서 살도록 설계되었으나, 타인의 복잡한 감정을 헤아리고 반응할 수 있는 정서적 용량에는 분명한 제한이 있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인물부터 잠들기 전 마지막 메신저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인연 속에서 활력을 나누어 소모한다. 깊은 맺음을 많이 가지려는 욕심은 내 안의 작은 촛불을 너무 빨리 태워버리는 일과 같다. 종국에, 퇴근 후 소파에 기대앉았을 때 몰려오는 것은 삶의 충만함이 아니라 권태와 짙은 허탈감이다.


단체방 알림이 연속으로 울리면, 심장이 덩달아 불규칙하게 뛰는 신체적인 반응을 느낀다. 불규칙한 파장은 내 주의력을 산만하게 만들고, 때로는 재미없는 농담에 억지로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야 하는 상황도 부지기수다. 대화의 횟수는 늘었지만, 정작 내용이 상대의 진한 내면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모두들 저마다 자기 목소리를 내기에 바쁘고, 그 소리가 섞여 하나의 커다란 심리적 소음을 만들어낸다. 소음은 내면의 조용한 소리를 묻어버리고, 마침내 깊은 탈진에 이르게 만든다. 수많은 말이 공중에 흩어질 때, 참된 마음의 모습은 오히려 그 양에 비례하여 희미해지는 법이다. 개인의 감정적 울타리가 유한하다는 사실을 매번 깨닫게 된다. 주의력 경제학의 주창자들이 강조했듯, "인간이 가진 가장 귀한 자원은 주의력이다. 이를 사소한 곳에 분산하는 행위는 삶을 옅게 만든다." 울타리가 낮다면, 귀하고 좋은 결실로만 채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섬세한 감정의 교각을 무작위로 방출하지 않고, 소수의 관계에서 정신적 합일을 촘촘히 엮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진실은 적을수록 훨씬 명확한 소리로 나에게 들려온다.


정신적 공명이란 무엇인가


정신적 공명은 많은 내용을 공유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실체가 어떠한 해명 없이 수용되는 체험' 그 본령이다. 긴 설명이나 변명이 필요 없다는 믿음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순간, 상대와의 고요 속에서 오히려 깊은 안도를 느끼는 인연이 바로 공명의 본질을 가진 실체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주고받는 신호는 일종의 반응일 뿐, 실체와 실체 사이의 응축된 존재의 대화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진정한 닿음은 스크롤을 멈추게 하는 자극적인 문구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행동과 오래된 방식 속에 머문다.


함께 걸을 때 무의식적으로 맞춰지는 보폭의 미세한 균일함. 닿음은 의식적인 인지보다 신체의 감각에서 먼저 시작된다는 증거이다. 내가 미처 말하지 못한 고민을 상대방이 먼저 읽어내 건넨 따스한 음료 한 잔. 바쁜 회사 동료가 아무 말 없이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줄 때 느껴지는 무게감의 분산. 내가 슬픔을 숨기려 할 때, 오랜 친구가 억지로 위로의 말을 건네는 대신, 미세한 목소리 떨림이나 숨의 고요함으로 이미 나의 깊은 감정을 읽어낸다. 이러한 경험들이 심상의 고리가 실제로 닿아 단단한 매듭이 만들어지는 징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래전부터 맺음의 깊이를 이야기하며 "친구란 두 몸에 머무는 하나의 영혼이다"라고 언급했다. 정서의 맺음은 언어보다 상대의 자세에서 촉발된다는 점을 깨닫는다. 가까움의 기준은 물리적인 거리가 아니다. 내가 상대의 삶의 깊숙한 영역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그 인물이 나의 어깨에 잠시 기댈 수 있는 정서적 여유와 자리를 서로 내어줄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진심을 담은 자세야말로 결속의 응축된 정도를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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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상담가로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기록해 나가고 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이를 통해 깊이 있는 사유와 글로 표현하며 교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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