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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선택이 내일이 된다

by 정성균

시간을 통과하는 감각


시계는 언제나 일정한 간격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멈추지도, 서두르지도 않는다. 이 흐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하루를 건너며 몸에 남는 감각은 제각각이다. 어떤 날은 눈을 뜨고 나면 금세 저녁에 이르고, 또 어떤 날은 시간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같은 하루를 지났음에도 남는 여운은 다르다. 그 차이는 시간 자체보다는, 그 하루를 지나던 태도에 더 가까워 보인다.


앞날이라는 말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점을 떠올리게 한다. 많은 사람은 그 시간을 현재와 분리된 장면으로 상상한다. 언젠가 닿게 될 장소, 그곳에 서 있을 또 다른 자신을 마음속에 그려 두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을 조금만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이런 구분은 쉽게 흐트러진다. 앞으로의 나날은 멀리 떨어진 풍경으로 머물지 않는다. 지금의 판단과 반응이 겹겹이 쌓이며, 서서히 윤곽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가깝다. 이미 시작된 흐름 속에서 매일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하루는 늘 갈림길 위에서 이어진다. 극적인 선택이 없어도 방향은 계속 나뉜다. 어떤 말을 삼킬지, 어떤 불편을 넘길지, 어떤 감정을 모른 척할지. 이런 사소한 선택들이 일상을 채운다. 의식에 오르지 않은 태도와 말로 옮겨지지 않은 생각, 반복되는 습관이 모여 삶의 결을 조금씩 바꾼다. 공들여 세운 계획보다 오래 남는 것은, 지금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는지에 있다. 무심히 흘려보낸 하루와 스스로를 살피며 건넌 하루는 결국 다른 흔적을 남긴다. 이 차이는 금세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분명한 방향을 만든다.


올바름을 묻는 순간


‘올바른 미래’를 바란다는 말에는 가볍지 않은 질문이 담겨 있다. 잘 지내고 싶다는 바람만으로는 이 표현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올바름을 떠올리는 순간, 삶에는 기준이 필요해진다. 무엇이 자신에게 정직한지, 어떤 선택이 스스로를 훼손하지 않는지에 대한 물음이 뒤따른다. 이 질문은 쉽게 답을 내주지 않는다. 그래서 판단의 부담은 종종 자신 바깥으로 밀려난다.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은 편안하다. 안정적으로 보이는 경로, 설명하기 쉬운 결정, 문제를 만들지 않을 것 같은 방향은 익숙한 안도감을 준다. 이런 틀을 따르면 불안은 잠시 가라앉고, 의심도 옅어진다. 그러나 마음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타인을 설득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지만, 스스로를 납득시키지 못하는 선택이 반복될수록 삶의 안쪽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이 남는다. 이 감각은 아주 미세해 쉽게 지나쳐진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은 채 감도를 조금씩 흐리며, 일상의 체온을 낮춘다. 겉으로는 무난해 보여도, 살아 있다는 실감은 점점 멀어진다.


미뤄진 오늘의 자리


많은 이들이 현재를 뒤로 미룬다. 지금은 견뎌야 할 시기라고 말하며, 언젠가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스스로를 달랜다. 이런 태도는 당장의 고통을 줄여 주지만, 방향을 점검할 기회를 함께 앗아간다. 처음에는 잠깐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그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불편은 일상이 된다. 감각은 둔해지고, 선택은 서서히 환경과 조건에 맡겨진다.


이 무렵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안정적이다. 해야 할 일은 제때 처리되고, 사회가 요구하는 순서에 맞춰 움직인다. 계획도 큰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가 쌓인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무게는 오랫동안 자신을 뒤로 미뤄온 시간 속에서 형성된다. 이 지점에서 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진다. 지금 향하고 있는 길이 정말 자신을 향하는지, 이 과정에 자신의 의지가 실려 있는지를 다시 살피게 된다.


이 질문은 갑작스럽게 나타나지 않는다. 오래 미뤄 둔 감각이, 어느 순간 더는 지나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뿐이다. 그런 시간을 여러 번 통과해 왔다. 잘 설명되는 하루들 속에서, 설명되지 않는 자신을 남겨 둔 채로.


조용히 바뀌는 방향


중요한 갈림길 앞에서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먼저 반응한다. 이성적으로 이해되는 판단 앞에서도 망설임이 남거나, 선택을 마친 뒤에도 감정이 따라오지 않는 순간이 있다. 많은 사람은 이런 상태를 불안정함으로 여기며 서둘러 결론을 내리려 한다. 그러나 불편함은 삶이 방향을 되묻는 순간에 먼저 도착하는 감각이다. 지금의 걸음이 자신의 리듬에서 벗어났음을 알리고, 잠시 멈춰 발밑을 돌아보라는 신호처럼 작동한다.


나 역시 그런 신호를 몇 번이나 지나쳐 왔다. 잘 설명되는 판단을 택하면서, 말로 옮기기 어려운 감각을 뒤로 미룬 채로. 그때마다 선택은 합리적으로 보였고, 과정은 무난하게 이어졌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마음 한편에는 이름 붙이기 어려운 어긋남이 남았다. 그 어긋남은 소란스럽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감도를 조금씩 흐리며, 다음 선택을 더 쉽게 타협하게 만들었다.


변화는 대개 눈에 띄지 않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마음에 걸리지만 무난해 보여 고른 길, 설명하기 쉬워 택한 판단, 찜찜함을 덮은 선택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각각의 선택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붙고, 같은 방식은 반복된다. 이 흐름 속에서 삶의 중심은 서서히 사회가 정해 둔 속도와 기준 쪽으로 옮겨간다. 겉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여도, 일상은 점점 자신을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스스로를 설득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 말은 늘어나고, 이유는 많아진다. 이 과정에서 삶은 본래의 색을 잃고, 앞으로의 시간은 가꿔 온 공간이기보다 떠밀려 도착한 장소처럼 느껴진다.


다시 미래를 생각하는 방식


이쯤에서 다시 앞날을 떠올리게 된다. 올바른 미래는 한 번의 도착으로 끝나지 않는다. 살아가는 방식 속에서 형태를 바꾸며 이어지는 시간에 가깝다. 결과와 상관없이, 그 과정을 통과하는 동안 자신을 속이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여기에 닿아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족해 보일지라도, 스스로에게 설명을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이다.


마음이 함께 움직인다고 믿었던 선택조차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제자리를 찾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이런 선택들이 쌓일수록 내일은 점점 자신의 것이 된다. 비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 위에 놓인다. 걸음은 느릴 수 있다. 그 속도에는 삶을 정성스럽게 다루려는 태도가 배어 있다.


빠른 판단은 능력처럼 보이기 쉽다. 망설임 없는 선택은 단단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충분히 살피지 않은 결정은 질문할 기회를 줄이고, 책임의 무게를 그대로 남긴다. 수정의 여지가 적은 선택은 이후의 판단까지 제한한다. 성과는 남을 수 있지만, 감각은 소진된다. 성취가 반복될수록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는 점점 뒤로 밀린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앞서 도착했는지가 아니다. 그 이후를 감당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감각이다. 결정의 무게를 피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삶에 깊이를 만든다. 빠름은 일을 처리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삶을 이해하는 방식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앞날을 준비한다는 말은 종종 계획을 세운다는 뜻으로 쓰인다. 방향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을 어떤 자세로 통과하는지에 있다. 어디까지 견디는지, 어디에서 멈추는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내려놓는지가 하루하루 쌓인다. 이 축적은 조용하지만 확실하다. 어느 순간, 전체 흐름을 바꾼다.


흔들리지 않는 선택만을 이어 오지는 못했다. 설명을 택하는 순간도 있었고, 마음을 뒤로 미루는 날도 있었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런 자신을 외면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정직해지는 일은 쉽지 않다. 때로는 고통스럽고, 외롭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오늘의 판단이 어제보다 조금 더 정직해질 때, 이미 시작된 내일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자신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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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마음의 결을, 책 속 문장과 함께 조용히 전합니다. 스친 만남이 믿음으로 이어져 각자의 하루에 힘을 더하는 장면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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