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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루는 기술, 견디는 힘의 루틴

by 정성균

달구어지기 전, 숨 고르기


작은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들이 온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세상의 속도와 멈춤 없이 달려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우리의 마음 상태는 격렬하게 요동친다. 정보의 소용돌이, 타인의 무심한 언어, 예고 없는 상황 변화가 겹치면 정신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급격히 무거워진다. 일상은 평온을 앗아가려는 압력들로 가득하다. 괴로움의 앙금이 완전히 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버텨내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완전히 붕괴하지 않도록 중심을 붙잡는 것은 큰 용기나 대단한 신념이 아니다. 그것은 지극히 미세한 ‘휴지(休止)’의 방법이다. 심리학의 대처 기제, 곧 코핑(coping)은 어려운 상황을 다루는 개인의 생각·감정·행동 노력이다. 이 요령이 삶 전체를 지탱하는 심리 장치다.


서늘한 기운이 몸 안으로 스며든다. 이내 숨의 옅은 궤적이 투명한 유리에 맺힌다. 짧은 순간, 근육이 풀린다. 코끝의 냉기가 우리를 현재라는 자리에 붙든다. 호흡은 과거의 회한이나 미래의 염려로부터 벗어나 지금으로 복귀하는 가장 원초적인 길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느리게 들이쉬고 내쉬는 틈의 정적이 모든 대처의 첫 단추다. 여기서 호흡을 한 박 더 늦춘다. 그 짧은 쉼이 다음 판단의 속도를 낮춘다.


마음을 다루는 일은 뜨거운 재료를 단련하는 장인의 호흡과 같다. 재료를 다룰 때 생기는 미세한 흠집이나 뒤틀림, 그것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다. 대처란 뒤틀림을 억지로 누르려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는 자세다. 불에 달구어지기 전의 휴식은 고통의 열기를 회피하지 않고 조용히 마주하겠다는, 자신과의 가장 깊은 약속이 된다.


명명


감정은 통제의 대상이기보다 다루어 가야 할 영역임을 인식하게 된다. 분노와 불안, 두려움 같은 감각들은 우리 존재를 지키기 위한 비상 신호이며, 생의 가장 선명한 증거가 된다. 마음 영역을 다루는 과정은 달구어진 재료의 온도를 읽어내듯, 지금 느껴지는 감정에 명확한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에서 시작한다.


시야를 가득 채우던 지식의 격랑이 잦아들었을 때, 존재를 짓누르는 정체 모를 무게감이 느껴졌다. 화면을 끈 채 조용히 앉아 그 감각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피로가 아닌 지적 무력함에 가깝다. 특히 지금의 환경에서 퍼지는 ‘연결 강박’의 흐름에서, 이 무력함은 존재의 경계를 잠식하는 불안의 파편으로 다가온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경계가 또렷해진다.


모호했던 근심의 조각은 경계를 가진 에너지로 바뀐다. 장인이 재료를 강압하면 부러지지만, 손기술로 뒤틀림을 읽고 형태를 잡는 것처럼, 대처는 바로 그 역동적 균형을 익히는 과정이 된다. 감정의 무게에 짓눌리는 것이 아니다. 그 에너지를 활용하여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길을 익히는 것이다. 우리의 일생은 꾸준히 단련되어야 할 재료다. 그 중심에 담금질의 지혜를 새기는 행위가 바로 대처이다.


분해와 정리 (문제 중심)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숙명이며, 우리 삶을 둘러싼 환경의 실체이다. 문제 중심 대처는 스트레스의 근원을 직접 다루려는 접근으로 이해된다. 이는 재료를 벼릴 때 생기는 형태의 오류를 망치로 두드려 수정하는 장인의 행위에 빗댈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각성은 외부 압박 속에서도 삶을 스스로 구성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문제의 중심에 설 수 있는 힘은 ‘선택’에서 비롯된다. 철학자 사르트르가 말했듯, 주체적 선택이 존재를 앞선다. 자신의 선택이 곧 자신의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문제에 끌려다니지 않고 그 위에서 군림할 힘을 획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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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상담가로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기록해 나가고 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이를 통해 깊이 있는 사유와 글로 표현하며 교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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