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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은 삶의 태도 속에서 완성된다

by 정성균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사람들은 습관처럼 휴대폰을 열어 오늘 한 일이나 업무 기록을 확인한다. 조용한 시간, 손에 쥔 작은 화면만이 하루의 발자취를 비춘다. 빛이 번지는 순간, 수치가 장면으로 바뀌어 보인다. 화면에는 행동 패턴이 데이터로 모여 있고, 그 객관적인 기록은 잠시 멈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이 디지털 기록 속에서, 오늘 내가 한 모든 행동의 총합과 그 결과는 냉정한 객관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몸은 정해진 일과를 대신해 세상 속을 움직였지만, 그 움직임의 의도와 평가는 마음이 멈춰 선 자리, 즉 주체의 의식 속에서 다시 생각된다. 행동의 속도, 내뱉은 말의 방향, 타인에게 제시한 결정의 실질적인 결과까지, 몸이 완성한 하루의 기록은 주체의 의지 아래에서 본래의 의미를 되묻게 된다.


인격은 태어날 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검증되고 완성되는 정신의 구조이다. 이러한 특성은 냉정한 자기 인식과 메타인지에서 시작되어, 자유로운 선택 이후의 책임을 감수하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진다. 타인의 존엄을 존중하는 윤리적 태도 속에서 깊이가 증명된다. 외부의 혼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유지되는 내적 일관성과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도덕적 감수성은 품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이것이 거창한 사유의 결과일까? 결국 삶의 방식과 태도의 총합이며, 멈추지 않는 존재의 드라마이다.


자신을 향한 이 구체적인 질문 속에서 비로소 인간의 드라마는 시작된다. 이제 자기 인식이라는 검증의 과정으로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자기 인식 - ‘나는 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타인의 피드백이나 객관적인 성과 지표에 직면할 때, 비로소 자기 인식은 작동한다.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심리학적 시도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분류하는 작업과 같다. ‘자아인식(Self-awareness)’은 주체가 인지하는 자신의 능력, 실제로 취하는 행동, 느끼는 감정을 구별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그 위에 서 있는 ‘메타인지’는 그 모든 구별의 과정을 오류 없이 바라보는 통제 지식으로 작용한다. 인간의 정신적 구조를 탐색했던 프로이트는 ‘자아’와 ‘초자아’의 내적 갈등이 사회적 행동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융이 말했던 ‘개성화 과정’은 무의식적인 요소들을 의식적으로 통합하여 사회적 역할에 갇히지 않는 고유하고 완전한 자기(Self)를 실현해 가는 장기적인 여정이다.


이러한 내적 탐색은 실존적인 질문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선언했지만, 인간의 실재는 추상적인 사고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이는 몸의 감각과 행동으로 표현되는 영역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메를로퐁티는 인간이 세상을 향해 취하는 몸의 움직임과 지각 자체가 인식의 출발점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업무 상황에서 타인의 기대치나 평가에 맞춰 행동 패턴을 조정한 경험이 분석된다. 타인들이 해당 주체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객관적인 해석 속에서, 업무 스타일과 의사소통 태도가 구성된다. 주체를 이해한다는 일은 자신의 선호를 파악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사회 속에서 자신이 미치는 영향까지 살피는 윤리적 감각으로 이어진다.


자기 인식은 혼자 작동하지 않는다. 세계의 마찰이 닿아야 깨어난다.


선택의 순간 - 자유의 경계에 선 인간


중요한 계약서에 서명하기 직전, 혹은 결정적인 진로 변경을 앞두고 잠시 숨을 멈추고 주저하던 짧은 순간은 모두에게 찾아온다. 그때의 주변 환경, 이해관계자들의 표정, 미세하게 떨리던 손의 움직임은 선택의 경제적, 심리적 무게를 증언하는 기록이다. 사르트르는 인간이 본질 없이 자유 그 자체로 던져진 존재이며, 그 자유가 곧 결과를 감당해야 할 책임이라고 명시했다. 세상에 던져진 인간(Geworfenheit)은 매 순간 무규정 상태에서 구체적인 결과를 낳는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실존적 고독 앞에 서게 된다.


그날, 그는 이직 제안을 받은 이메일을 열어보았다. 화면 속 한 줄 문장이 가슴을 흔들었다. 버튼 하나에 인생의 방향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손끝을 무겁게 만들었다.


현대의 심리학은 이 자유의 복잡성을 선택 마비(choice paralysis)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너무 많은 대안과 정보 앞에서 결정을 지연하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때때로 성장 기회를 놓치는 비효율적인 나날들을 낳는다. 그러나 스스로 상황을 분석하고, 그 결정에 따라 자신의 자원과 시간을 할당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성숙한 개인이 형성된다. 자기 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자율적인 선택과 통제감이 인간의 심리적 안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후회 이론은 선택의 결과가 돌이킬 수 없음을 인지하고, 이를 다음 결정의 입력 값으로 사용하는 교훈에 주목한다.


자유는 공간이 아니다. 무게이다. 결정 직후 어깨에 얹히는 그 질감이 이름을 대신한다. 선택은 순간적인 결단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구체적인 행위로 매번 새롭게 기록되는 것이다.

책임의 감각 - 행동이 스스로를 완성한다


일반적으로 사고방식이 먼저 정립되고 행동이 뒤따른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인지행동이론은 때로는 작은 행동의 변화가 사고방식보다 선행되며, 그 행동의 일관된 반복이 정체성을 실제적으로 구축한다고 설명한다. 특정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고 감당하며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인격의 신뢰도가 드러난다. 칸트의 의무론은 도덕적 행위의 가치를 결과에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그 행위를 이끌어낸 합리적 의무 그 자체에 있다고 가르친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는 반복적이고 습관적인 행동을 통해 탁월한 자질(덕)을 형성하는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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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상담가로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기록해 나가고 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이를 통해 깊이 있는 사유와 글로 표현하며 교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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