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업은 오랫동안 삶의 흐름을 정리해 주는 기준으로 작동해 왔다. 한 번 선택한 일은 쉽게 바뀌지 않았고, 그 선택은 개인의 위치를 설명하는 언어로 사용되었다. 첫 일터에서 받은 명함은 사회 안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수단이었고, 조직을 떠나는 장면은 역할을 마쳤다는 신호처럼 받아들여졌다. 삶의 단계는 비교적 정돈된 순서로 이어졌다.
지금 이 구조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변화는 뚜렷한 계기 보다 일상의 틈에서 감지된다. 휴게실이나 비상계단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주식 차트를 확인하거나 자격증 강의를 넘겨보는 직장인의 표정은 특별하지 않다. 사회 초년생에게 한 조직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쉽게 상상되지 않고, 경력의 중간 지점에 선 이들에게는 환경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감각이 따라붙는다. 미래는 안정이라는 말로 묶이기보다 이동과 조정의 연속으로 인식된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삶의 시간 감각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일정 시점 이후를 쉬는 시기로 그렸지만, 지금은 그 구간이 다른 역할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읽힌다. 오십 대 이후의 삶은 일의 종료보다 위치의 이동에 가깝게 느껴진다. 경제 활동은 생활을 유지하는 기능과 함께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붙잡는 역할을 한다.
시간이 길어졌다는 사실이 방향을 정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택해야 할 지점이 늘어나면서 질문은 더 자주 등장한다. 어떤 방식으로 사회 안에 머물 것인지, 무엇을 통해 나를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비어 있는 시간처럼 체감되기도 한다.
직업이라는 말은 여전히 사용되지만, 그 이름만으로 삶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같은 직함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경험과 조건은 크게 다르다. 지식과 기술이 빠르게 갱신되면서 경력은 축적의 결과라기보다 조정의 과정으로 인식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