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특정한 사건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게 되었을 때 흔히 잊었다고 말한다. 그 표현에는 별도의 설명이 붙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멀어졌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이제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같은 단어가 선택되지만, 실제로 가리키는 지점은 조금씩 다르다.
의식 위로 오르지 않던 기억은 뜻밖의 계기를 통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하나의 소리, 짧은 문장, 낯익은 공기 속에서 과거의 장면이 불려 나온다. 그렇게 떠오른 장면은 이전에 느꼈던 감정과는 다른 결을 지닌다. 같은 장면을 떠올렸음에도 반응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잊었다’는 말이 품고 있던 의미 역시 흔들린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떠오른 장면은 과거의 모습과 정확히 겹치지 않는다. 경험은 일정한 형태로 보관되었다가 그대로 꺼내지는 방식으로 남아 있지 않다. 기억 속에는 현재의 생각, 삶의 조건, 관계의 변화가 함께 스며든다. 그 과정에서 중심에 놓이는 부분과 멀어지는 요소가 달라진다. 흐릿해졌다고 느끼는 감각은 소멸에 가깝기보다 재배치에 가깝다.
이 글은 지나간 시간을 지우는 방법을 다루지 않는다. 이미 겪은 경험이 어떤 과정을 거쳐 다시 정리되고, 그 결과가 현재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핀다. 잊었다고 여겼던 시점에서 기억이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이 흐름 속에서 드러난다.
어떤 일을 더 이상 떠올리지 않게 되었을 때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현재의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상태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경계의 작동을 살펴보면, 과거의 일에 남은 흔적은 다양한 방식으로 유지된다. 살아오며 겪은 사건들은 신경세포의 연결 안에 남아 있으며, 감정의 반응이 약해진 이후에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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