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펜을 드는 사람들의 인생철학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시간을 다루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백 세 시대를 말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정작 긴 나날을 어떤 말마디로 채울지 고민하는 이는 드물다. 우리는 과연 시간을 어떻게 남기고 있는가.
육신이 사그라지는 것보다 무서운 건 되돌아보는 일을 멈추는 것이다. 타인의 생각에 기대어 스스로의 중심을 잃어가는 노년은 얼마나 쓸쓸한가. 수십 년간 책을 읽으며 한 가지 참뜻을 깨달았다. 읽는 행위는 깊은 생각의 시작일 뿐, 완성은 오직 쓰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기록하지 않는 사유는 공중을 떠도는 먼지처럼 흩어져 버린다. 펜을 쥔 사람은 세월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을 자신의 언어로 해석한다. 흩어지던 고찰은 문장 속에서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다.
생각은 머릿속에서 태어나지만 문장 속에서 비로소 형태를 얻는다. 이제 이 조용한 서재의 문을 연다. 기록하지 않는 하루는 결국 기억되지 않는 하루가 된다.
준비된 앞날을 맞이하는 과정은 매일 동틀 녘에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짓는 일로 완성된다. 대다수는 몸의 안녕과 경제적 토대를 걱정한다. 물론 생을 버티는 데 필수적인 축이다. 하지만 마음을 채우는 일에도 그에 못지않은 정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삶의 균형이 비로소 잡힌다.
몸이 늙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정말 경계해야 할 위기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생각하는 근육이 마르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외부의 소음과 알고리즘의 유혹에 휩쓸린 끝에 인생의 고삐마저 놓치게 된다. 인류 문명은 기록을 통해 지혜를 쌓아왔다. 글자가 태어난 이후 인간은 비로소 시공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앞서간 이들의 기록은 뒤에 오는 이들에게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
역사 속 사유하는 이들은 일기나 편지를 통해 깊은 안목을 넓혀갔다. 쓰는 행위를 통해 논리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일은 흩어진 마음을 단단하게 다듬는 과정이다. 조각난 정보를 원고로 엮을 때 정신은 가장 견고하게 단련된다. 지식은 기록을 통해 비로소 지혜로 바뀐다.
기록은 시간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이해하는 일이다. 배운 것을 실천할 때 생의 품위는 깊어진다. 오랜 세월 책을 가까이하며 남기는 작업의 중요성을 몸소 익혔다. 타인의 지식을 머릿속에 담아두기만 해서는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어렵다.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나만의 시선을 글로 남기는 연습이 절실하다.
결국 우리에게 남는 건 화려한 말이 아니라 정직하게 기록된 하루다. 하루를 기록하는 사람은 결국 인생을 기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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