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하고 저녁을 간단히 먹은 뒤, 늘 걷던 길로 나섰다. 발걸음은 익숙했고, 시선은 굳이 주변을 살피지 않아도 앞을 향해 흘렀다. 이미 알고 있는 길이었다. 발은 어디에 닿을지 미리 알고 있는 듯 움직였고, 시선은 확인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건너뛰었다.
코너를 돌다가 잠시 멈췄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대로 지나가면 될 길 앞에서, 발걸음이 한 박자 늦어졌다. 그냥 지나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텐데, 그 순간만큼은 익숙함이 조금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잠깐 서 있다가, 평소에는 들어가지 않던 뒷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입구를 지나 몇 걸음 옮기자 공기가 달라졌다. 바닥은 고르지 않았고,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더 또렷하게 전해졌다. 흙이 눌리는 바스락 거림이 작게 따라왔고,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췄다. 물기를 머금은 흙냄새와 이제 막 깨어나는 연한 풀 기운이 가까이 올라왔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서늘한 나무 내음이 미묘하게 다른 냄새와 섞여 들어왔다. 익숙한 길에서는 흘려보냈을 소리들이 뒤늦게 귀에 걸렸다. 멀리서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와, 어딘가에서 작은 것이 움직이는 기척이 겹쳐졌다.
조금 더 들어가자 시야가 좁아졌다. 나무들이 가까워졌고, 저녁 그림자는 고르게 내려앉지 않고 군데군데 뭉쳐 있었다. 그 사이로 걸어 들어가며, 걸음은 더 느려졌다. 몸이 먼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바위틈에 기대 선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몸통은 곧게 뻗지 못하고 여러 번 꺾여 옆으로 흘러 있었다. 한 번 꺾인 것이 아니라, 몇 차례 방향을 바꾸며 이어진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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