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한 번의 여름을 보낼 때, 나는 지구의 위도를 넘나들며 네 번의 여름을 보냈다. 그 여름은 단순한 더위가 아닌 고유한 색깔로 여름을 발산했다. 4월의 발리, 7월의 한국, 9월의 호이안, 11월의 치앙마이는 각자의 색깔로 그 여름을 표현했다.
4월 발리의 여름은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와 정글의 초록이었다.
길리의 파란 하늘과 구름, 에메랄드 빛 바다와 바다거북의 만남은 자연이 준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 느림의 미학이 있는 이 섬에서 울퉁불퉁하고 질퍽한 길바닥조차도 순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 자유를 만끽하는 비키니 차림의 여행객들이 활기를 더했고, 해 질 녘이면 화려한 드레스로 갈아입고 석양을 향해 걷는 이들의 모습으로 가득 찼다. 이 낯선 대조는 동남아의 작은 섬 길리를 마치 유럽의 어느 고급 휴양지처럼 느껴지게 했다.
반면, 내륙의 우붓은 전혀 다른 결의 매력을 발산했다. 무성한 정글, 아름다운 자연, 예술적인 건축물이 어우러져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로컬 식당인 '와룽'에 앉아 있으면, 어디선가 은은하게 들려오는 가믈란 음악이 식사 위의 평온함을 더했다.
7월 한국의 여름은 흐릿한 무채색이었다.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망설여지게 만드는 맹렬한 더위는 모든 활동을 멈추게 했다. 뜨거운 열기를 피해 시원한 에어컨 바람만을 쫓던 일상은 단순함을 넘어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그저 이 여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보냈던 그 무의미한 시간은, 내가 얼마나 한국과 다른 여름을 갈망하고 있는지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다.
9월 호이안의 여름은 천연의 원색으로 채색된 마법의 성이었다.
올드타운의 상징인 노란색 벽면 위로 부겐빌레아의 진분홍 꽃망울이 흐드러지고, 거리마다 걸린 베트남 국기의 빨강과 노랑이 선명하게 눈길을 사로잡았다. 밤이 되어 형형색색의 등불이 하나둘 불을 밝히면, 호이안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도시 전체가 살아 숨 쉬는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변모했다.
해가 진 뒤 투본강 위에서 작은 나무배를 타고 소원 등을 띄우는 순간은 그 밤의 하이라이트이었다. 강물 위로 흩어지는 빛줄기에 각자의 근심과 걱정을 떠나보내고, 그 자리에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11월 치앙마이의 여름은 시원했다.
무덥지 않은 한국의 초여름과 닮은 날씨였다. 잘 정돈된 길 위에 오토바이 소음 대신 고요한 여유가 흘렀다. 고대 도시의 역사를 담은 황토색 벽돌과 청명한 파란 하늘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해 질 무렵 올드타운을 따라 길게 놓인 등불은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을 경건하게 만들었다. 조용히 타오르는 불꽃이 마치 삶의 어두운 길을 비추고, 마음속 괴로움을 태워 새로운 희망을 열어줄 것 같았다. 삼왕상 기념비 주변을 수놓은 축제의 장식과 등불은 그곳을 찾은 여행객들의 마음속에 깊은 경건함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나는 2025년 한 해 동안 국경을 넘나들며 각기 다른 색깔의 여름을 통과해 왔다. 장소에 따라 온도는 달랐고, 풍경의 결도 달랐지만, 그 모든 순간은 나만의 소중한 색채들로 가득 찼다. 네 번의 특별한 여름을 보낸 올해는 내 삶에서 가장 선명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