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의 총량

by 스칼렛

여행이란, 어쩌면 내가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불편함의 총량을 확인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목적지를 정하고 항공권을 예매하는 순간, 우리는 첫 번째 선택의 기로에 선다. 바로 직항과 경유다. 시간의 구속에서 자유로운 여행자는 기꺼이 낯선 도시를 경유하는 우회로를 택한다. 둘러가는 길에는 시간의 지체라는 손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공권 절약이라는 경제적 이득, 그리고 의도치 않게 마주하는 낯선 도시의 풍경은 덤으로 얻는 선물이다..


하늘길이 정해지면 다음은 지상에서의 안식처, 숙소를 고를 차례다. 숙소야말로 나의 허용범위를 시험하는 가장 냉정한 현장이다. 편안한 조식과 넓은 객실, 5성급의 안락함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에게 타협을 요구한다.


나는 숙소를 고를 때 나만의 명확한 ‘마지노선’을 둔다. 바로 청결한 침구다. 잠자리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그것만 충족된다면 나는 꽤 너그러운 투숙객이 된다. 바퀴벌레처럼 혐오감을 주는 곤충만 아니라면, 작은 개미 한두 마리 정도는 가볍게 룸메이트로 인정해 줄 수 있다. 그 곤충이 내 여행을 망칠 만큼 유해하진 않으니까.


이런 소소한 불편함을 수용하는 순간 나의 여행은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불편한 상황을 견디는 게 아니라, 그저 담담히 받아들일 때 비어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5성급 호텔의 화려함은 없지만, 그 부족함 덕분에 내가 주도적으로 즐길 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오히려 넓어졌다. 높은 비용은 필연적으로 높은 기대를 부르고, 충족되지 못한 기대는 여행자를 실망과 ‘본전’이라는 강박에 가둔다. 하지만 기대를 낮춘 나의 여행은 다르다. 화려한 서비스 대신 내가 투자한 시간의 밀도에 집중한다. 비용의 무게를 덜어낸 자리에 경험과 추억이 쌓이니, 여행은 어느새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불편함을 기꺼이 수용하고 기대를 낮추는 여행, 어쩌면 우리는 그 길 위에서 비로소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