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50대 아줌마들 모임에서 맨날 자식 이야기나 돈 이야기만 하기보다는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보자며 내가 앞장서서 야구를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사실 나는 매년 야구장을 찾는 직관러다. 마침 사는 곳에 야구팀도 있고 걸어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야구장이 있다 보니, 매년 야구 시즌이 돌아오면 응원석에 앉아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곤 한다.
그런데 야구장을 전혀 가지 않던 아줌마들이 모임에서 야구장을 간다고 하니, 모임 인원 중 한 지인의 두 딸이 똑같이 이렇게 물어봤다고 한다.
"엄마, 야구 룰은 알고 보는 거야?"
언제부터 그렇게 엄마의 일상에 관심이 많았다고, 마치 '야구 룰도 모르면서 야구를 보러 간다'는 듯이 핀잔 섞인 질문을 던졌단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명쾌하게 대답해 주었다.
"눈이 있고, 그냥 보면 되는데 뭐가 문제야? 누군가 야구 방망이로 공을 "딱!"치면, "와~"하고 환호하고, 수비가 공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면, "우~"하고 아쉬워하면 되는 거지. 솔직히 스트라이크, 볼, 아웃, 딱 이 세 개만 알면 즐기는 데 아무 문제없는 거 아냐? 굳이 이 선수의 타율이 어떻고, 투수의 구질이 어떻고 하는 세세한 실력 평가가 뭐 그리 중요하겠어?"
넓은 야구장에 모인 사람들이 양 팀으로 나뉘어 각자의 팀을 향해 목청 높여 응원가를 부르고, 그 뜨거운 열기를 함께 즐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야구장 직관의 진짜 묘미가 아니던가. 꼭 내가 열렬한 홈팀의 팬이 아니더라도 함께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선수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그 짜릿한 기분만으로도 야구장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꼭 룰을 완벽하게 꿰고 있어야하고,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를 분석할 줄 알아야만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물론 내가 응원하는 팀이 안타를 치고 홈런을 때려주면 더없이 신나겠지만 승패가 전부는 아니다.
이 시간, 이 순간, 같은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 되어 서로의 팀을 응원하고, 치킨에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며 경기에 빠져드는 순간이 얼마나 즐겁고 신나는가. 일상 속에서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소리 지르고 방방 뛸 수 있는 공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응원 단장의 손짓에 맞춰 동작을 따라 하고, 함성을 지르는 그 맛에 야구장을 찾는 것이다.
내가 야구장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 '살아있는' 느낌이 좋아서다.
즐겁게 스트레스를 풀면 그만이다. 복잡한 룰은 야구를 보면서 천천히 알아가도 늦지 않다.
게다가 다 큰 자녀들이 엄마에게 던진 그 질문은 왠지 내 귀에는 "엄마, 나도 야구장에 데려가 줘."라는 투정으로 들리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어제 마침 홈팀의 개막 첫 경기라 전 좌석이 매진되었다. 빽빽한 관중석 한쪽에 표를 늦게 구했는지 상대팀 유니폼을 입은 꼬마 아이가 홈팀 응원석에 조용히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상대팀 진영이라 마음껏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얌전히 앉아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야구가 보고 싶었으면 아빠가 불편한 홈팀 응원석에라도 겨우 자리를 구해서 데려왔을까' 싶어 그 모습에서 야구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드디어 심장을 뛰게 하는 야구시즌이 시작되었다.
탁 트인 넓은 야구장에서 다 같이 시원하게 소리도 지르고, 그동안 묵혀둔 스트레스도 저 멀리 날려 보내봅시다.
다음편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