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3박 이후, 이제 발리 우붓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우붓에서의 일주일은 앞으로 한달살이를 준비하기 위한 작은 예행연습같은 시간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관광명소 둘러보는 것보다 한곳에 머물며 나만의 조용한 루틴을 만들어가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 뒤, 숙소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즐긴다. 다양한 열대 과일, 커피 그리고 바나나 팬케이크는 가벼운 식사를 선호하는 내 입맛에 딱맞다. 식사 후에는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를 작성하거나 오늘 쓸 글을 위한 자료를 찾으며 시간을 보낸다.
커피가 부족하면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사와 마시며 독서하거나 작업을 이어간다. 우붓의 시원한 아침은 오전 10시가 지나면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관광에는 큰 관심이 없어, 숙소에서 머물며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점심이 가까워지면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근처의 Warung으로 향한다. 에어컨은 없지만, Warung 건물 내부의 시원한 자리에 앉아 식사를 즐기고, 더위는 잠시 잊는다. 특히 시원한 코코넛은 더위를 식혀주며 기분좋은 점심 시간을 만들어준다.
발리에 도착한 처음 며칠 동안은 주로 나시고렝을 먹었다. 저렴하면서도 맛있고 배를 든든히 채워주는 식사였다. 나시 고렝에 시원한 코코넛을 곁들여 먹으며 만족스러운 식사 시간을 보냈지만,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나시고렝이 조금씩 질리기 시작했다.
발리에 와서 6일 만에 처음으로 다른 음식을 찾아 나섰다. 바로 피자였다. 처음 선택한 피자집을 갔지만,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보고 조금 아쉬웠다. "이런~ 그럼 저 위쪽에 있는 피자집으로 가야겠군."
그렇게 해서 선택한 Umah Pizza에서 치즈와 머쉬룸이 듬뿍 얹어진 피자와 파스타를 먹으며 새로운 맛을 만끽했다. 함께 주문한 코코넛은 작은 스푼까지 제공 되어, 코코넛 물을 마신 후 속살까지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이러한 섬세한 서비스에 감탄하며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다. 이런 디테일이 있는 가게를 우붓을 떠나기 하루전 날 발견하다니. 아쉽군. 내일은 우붓을 떠나 길리로 향할 예정이다.
지난번 발리 여행에서는 우붓을 단 이틀만 머물렀기에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주일을 머물면서 우붓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붓에서의 나의 루틴은 오전에는 숙소에서 독서와 작업을 즐기고, 오후 4시쯤부터는 우붓 왕궁 도로를 중심으로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특히 우붓 왕궁 메인도로 끝의 몽키 포레스트 근처에선 밖으로 나온 원숭이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길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는 원숭이, 전기줄을 타고 돌아다니며 가족들과 함께 움직이는 원숭이, 전기줄 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원숭이 등 다양한 행동과 모습을 가진 원숭이들이 길을 점령하고 있다.
몽키포레스트를 지나면 코코슈퍼마켓이 있는데, 일주일 동안 내가 오후마다 이용하던 장소이다. 코코슈퍼마켓의 가장 큰 장점은 망고 같은 과일을 구매하면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게 잘라주는 서비스다. 이런 세심한 배려는 여행객인 내게 정말 유용했다. 오후가 되면 코코슈퍼마켓에 두리안과 망고를 사먹는 일이 내 일상이 될 정도였다.
작년 2월, 싱가포르에서 로얄캐리비안 크루즈를 타고 기항지로 들렀던 푸켓에서 처음 맛본 두리안은 정말 새로운 맛이였다. 뭔가 중독성 있는 두리안의 맛에 어느새 나도 매료되고 말았다.
다른 과일에 비해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한국에서는 도저히 사먹을수 없는 가격이다. 현지에서 먹는 두리안이 더 맛있는게 아닐까 싶다.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만 소포장해서 파는 두리안은 대략 110k~150k정도,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만원을 안팎이다. 식사 비용보다 비싸지만, 그 정도 가격이라면 충분히 사 먹을 가치가 있다. 두리안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별미다.
이렇게 우붓에서 먹고 책읽고 걷고, 글쓰고 일주일을 보냈다. 이젠 새로운 장소로 떠날 시간이 된 것 같다.
이번 우붓 여행을 통해 깨달은 점은, 한 곳을 온전히 느끼려면 최소한 일주일은 머물러야한다는 것이다.
일주일보다 짧은 시간은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또다시 다음 여행을 계획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다.
내일은 길리섬으로 향한다. 지난번 잠깐 들렀던 길리섬은 정말 매력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특히, 길리 뜨라왕안 해변에는 바닷거북이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어 이번 여행에서 그들과의 만남이 무척 기대된다.
발리,길리섬여행은 계속됩니다.